10월, 집밥의 다정한 온기

3화. 아차산 대신 코딩 수업, 셋이 함께 먹은 개천절 주말 아침밥

byWren

10월 3일 토요일, 개천절.

원래는 아차산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하늘은 맑았다. 산에 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아침이었다.

그런데 계획을 바꾼 건 아들이었다.

토요일마다 코딩 수업에 다니고 싶다며 직접 신청했다. 여덟 명을 뽑는 수업인데 신청한 아이들이 꽤 많았다. 오늘 신청한 아이들의 수준을 선생님이 직접 보고 뽑는다고 했다.

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수업이었다.

문제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었다.

늦으면 안 됐다.


나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어제 아내가 토마토 야채수프를 미리 끓여두었다. 나는 달걀을 삶고 빵을 오븐에 넣었다. 복숭아와 아보카도도 접시에 담았다.

수프는 어제 아내가 만들어놓은 것이고, 나머지는 오늘 아침 내가 준비했다.

요리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만큼 간단한 아침이었다.

그래도 세 식구가 먹을 밥상은 금방 만들어졌다.

오늘은 주말이었다.

우리 가족은 평일에는 셋이 함께 아침을 먹지 못한다. 아내는 오전 7시 5분에 갑상선 호르몬 약을 먹고 한 시간을 기다린 뒤 식사를 한다.

그래서 주말 아침이 되면 시간이 달라진다.

오늘도 8시가 넘어서 세 식구가 한자리에 앉았다.

아내가 약을 먹고 기다린 한 시간이 끝났고, 아들은 코딩 수업에 가기 전이었다.

아차산에 가기 위해 차린 밥상은 아니었지만, 셋이 함께 먹는 아침이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혹시 떨어져도 너무 실망하지 마.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들은 코딩 수업에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수업을 기다리고 있는지는 알 것 같았다.

밥을 다 먹은 아들은 서둘러 준비했다.

곧 집을 나섰다.

원래라면 셋이 함께 아차산으로 향했을 시간이었다.

오늘은 아들 혼자 다른 곳으로 갔다.

그리고 내게는 뜻밖의 토요일 오전이 남았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의 토요일은 지금과 달랐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터 토요일이었다.

친구들과 팽이치기를 하고 딱지치기를 했다. 산에도 놀러 다녔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숙제를 했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집에는 형과 누나가 있었지만,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자세히 묻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부모님은 계시지 않았다.

그때는 그게 그냥 내 토요일이었다.


지금 내 토요일은 조금 다르다.

아들과 게임을 하고, 포켓볼을 친다. 수영도 하고 복싱도 한다. 실뜨기를 하고 공기놀이를 할 때도 있다.

돌이켜보니 꽤 많이 같이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 목록에 코딩 수업이 하나 더 생길 뻔했다.

아들이 수업에 가면서 내게 토요일 오전이 통째로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간에 바카라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아들이 돌아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자꾸 시계를 보게 된다.

“떨어져도 괜찮아.”

조금 전 내가 아들에게 했던 말이다.

그런데 정작 지금은 아이가 뽑혀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참 이상하다.

아이에게는 다음 기회가 있다고 말하면서, 아빠인 나는 오늘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른몇 해 전 토요일에는 해가 질 때까지 동네를 돌아다니다 집으로 들어갔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오늘은 내가 기다린다.

아차산은 다음에 가면 된다.

오늘 아침에는 세 식구가 같은 식탁에 앉았고, 아들은 새로운 곳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면서 아이가 돌아올 시간을 기다린다.

오늘은 아들이 어떤 얼굴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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