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집밥의 다정한 온기

사람들이 밝아 보였다고.

byWren


줌바를 시작한 아내가 차린 10월의 아침밥

새벽 다섯 시 오 분에 눈을 떴다. 금요일이었다. 하늘은 맑았고, 어제보다 추웠다.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이면 새벽수영을 간다. 옷장을 열어 긴팔과 긴바지를 꺼냈다. 어제까지 입던 옷보다 소매가 길어졌다. 10월 둘째 날 아침이었다.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달력보다 먼저 옷장에서 알았다.

수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 자고 있는 아들을 깨우러 방으로 들어갔다가 함께 식탁으로 나왔다. 아내는 도마 앞에 서 있었다. 어제부터 시작한 줌바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쌀쌀해진 것 같아.”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아침에 나가는데 춥더라.”

그러더니 어제 줌바 수업 이야기를 꺼냈다.

“근데 사람들은 밝아 보이더라.”

“그래?”

“응. 수업도 재미있었어.”

나는 잠시 아내를 바라봤다. 처음 가본 수업에서 동작이 어땠는지, 음악이 좋았는지보다 먼저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는 게 조금 의외였다. 아내가 그곳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자신이 해야 할 동작이 아니라 사람들의 얼굴이었던 모양이다.


식탁에는 큰 그릇 하나와 작은 그릇 하나, 초록색 줄무늬 접시가 놓여 있었다. 점무늬가 들어간 큰 그릇에는 붉은 국물이 담겨 있었고, 그 안에 소고기와 당근, 토마토 조각과 짙은 색의 채소가 함께 들어 있었다. 작은 그릇에는 껍질을 벗긴 삶은 달걀 두 알이 서로 기대듯 놓여 있었다.

초록 줄무늬 접시에는 복숭아가 여러 쪽으로 잘려 있었다. 씨가 있던 자리를 따라 붉은빛이 남아 있었다. 그 옆에는 아보카도가 비스듬히 포개져 있었고, 적양파와 버섯이 함께 놓여 있었다. 갈색 빵 한 조각은 접시 한쪽에 걸쳐 있었다. 접시 아래에는 보라색 스틱과 빨간색 스틱, 노란 캡슐 하나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아침 식탁을 사진으로 남기다 보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사라지고, 잘려 있는 모습만 남는다. 복숭아가 어떻게 갈라졌는지, 아보카도가 어떤 순서로 썰렸는지, 당근이 몇 번의 칼질 끝에 저 모양이 되었는지는 사진에 없다. 남은 것은 누군가가 아침에 손을 움직여 만들어 놓은 결과뿐이다.

나는 식탁에 앉은 아들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고 있던 아이였다. 그리고 맞은편에 놓인 아침밥을 다시 봤다. 아내는 아직 앉지 않았다.

우리 둘이 먼저 먹고 아내는 나중에 먹는다.


아내는 요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한다. 큰 다리나 대교를 건널 때도 공황이 올 듯 말 듯해서 힘들어한다. 갑상선 수술을 받고 난 뒤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 때문이다.

아내는 약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겨내 보려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아내가 어제 처음 줌바 수업에 갔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는 몰랐다.

오늘 아침에서야 들었다.

사람들이 밝아 보였다고.

그 말을 듣고 나니 아침에 나눴던 대화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나는 추워졌다는 말을 했고, 아내는 밝아 보였다는 말을 했다. 나는 계절이 바뀌는 것을 옷으로 알아챘고, 아내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장면 하나를 발견하고 돌아왔다.

어쩌면 그것으로 충분했는지도 모른다.

“수업 재미있었어?”

내가 다시 물었다.

“응.”

아내가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을 준비했다.


나는 아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아내가 차려준 음식은 하나씩 줄어들었다. 큰 그릇에 담긴 음식도, 삶은 달걀도, 복숭아와 아보카도도 식탁 위에서 조금씩 자리를 비웠다.

그동안 아내는 우리 옆에 앉지 않았다.

아내의 아침은 늘 조금 늦게 시작된다.

먼저 가족의 아침을 차리고, 우리가 먹는 것을 보고, 그다음 자기 아침을 먹는다.

나는 예전에는 그것을 그냥 아침의 순서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밥을 차리고, 누군가 먼저 먹고, 누군가 나중에 먹는 집 안의 익숙한 모습이라고.

그런데 오늘은 도마 위에서 잘려 있던 음식들이 자꾸 생각났다.

복숭아는 씨를 피해 잘려 있었고, 아보카도는 먹기 좋은 크기로 나뉘어 있었다. 당근은 비슷한 크기로 잘려 붉은 국물 안에 들어가 있었다.

음식 하나하나에는 아내가 아침에 움직인 시간이 들어 있었다.

그 시간은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다.


나는 아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말보다 더 정확한 말을 찾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힘든 일을 겪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아내는 힘든 날에는 힘들어한다. 대중교통을 타는 일이 어렵고, 다리를 건너는 일이 두려울 때도 있다.

그런데도 어제는 새로운 곳에 갔다.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섰다.

그리고 돌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밝아 보이더라.”

나는 그 말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조금 이상해진다.

자기가 힘든 사람은 세상을 전부 어둡게 볼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넘어야 할 것이 아직 남아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밝은 얼굴을 보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우리 먹을 음식을 차렸다.


식탁 위에는 아직 먹다 남은 음식이 조금씩 놓여 있었다. 아들은 달걀을 먹고 있었고, 나는 복숭아 한 조각을 집었다.

복숭아를 반으로 나누었던 자리에 붉은빛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조각을 바라보다가 먹었다.

아내는 그제야 자기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가 먹고 난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무슨 말을 더 해야 할 것 같지 않았다.

새벽에는 내가 긴팔을 꺼내 입었다.

아내는 어제 새로운 운동복을 입고 줌바 수업에 갔다.

나는 추위를 느꼈고,

아내는 사람들의 밝은 얼굴을 보고 왔다.

10월은 그렇게 우리 집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옷으로 알아차리고, 누군가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는 걸 말 한마디로 알려준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다시 식탁이 차려진다.

복숭아가 잘리고, 아보카도가 썰리고, 당근이 국물 속으로 들어간다.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은 마지막에 자리에 앉는다.

나는 오늘도 그 모습을 보고서야 알았다.

아침밥은 음식만 차려지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가 자기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의 하루를 차려주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아내가 말했다.

“사람들이 밝아 보였어.”

그 말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10월의 두 번째 아침.

밖의 공기는 어제보다 차가워졌는데, 식탁에는 어제보다 오래 남는 말 하나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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