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고치는 일이 제일 어렵다.

쓰는 것보다 어려운 퇴고

by다슬

글을 쓰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 있다. 바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 일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작가가 되기 전에도 학생 때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자기소개서는 어렵다. 그런데 내 글을 고치는 일은 왜 이리 머나먼 여정처럼 느껴지는 걸까. 대학 면접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정도 예상 질문과 답변을 외워야 했기에 대본 아닌 대본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자기소개서를 고치는 것이 너무 힘든 나머지 대상포진까지 걸렸다. 나에게 대학이란 부상 투혼이었다

.

계속 첨삭을 받아도 내 글은 여전히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성인이 된 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6 to 9의 온라인 게임인이 되고 싶어 자기소개서 작성법과 취업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관련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내 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같은 단어를 계속 반복해서 쓴다는 것이다. 쓰고 나서 읽어 보기도 했지만,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반복되는 단어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작가 지망생들이 내게 첨삭을 부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복되는 단어나 맞춤법 오류가 너무나 잘 보인다. 남의 글에서는 그렇게 잘 보이는 것들이 왜 내 글에서는 보이지 않는 걸까?


글을 쓸 때마다 반복되는 단어가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소리 내어 읽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인지 내 글이 가장 어려운 글처럼 느껴진다.


내 노트북 폴더에는 ‘문서 1’ 같은 이름의 파일이 거의 세 개씩 생기곤 한다. 그러다가 ‘최최최종본’으로 진화하고, 마침내 ‘찐 최종본’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미 여러 번 읽은 글을 다시 읽고, 다시 쓰고, 때로는 아예 갈아엎는 일까지. 내 글을 고칠 때 가장 많이 하는 일이다.


작가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창작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글을 계속 읽게 된다. 그 글을 참고하면서도 비슷하게 쓰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로 표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쓰고, 읽고, 엎고를 반복하며 수정해야 할 부분을 찾아낸다. 그렇게 나에게는 키보드의 단축키 친구가 생겼다.


Ctrl+S.


저장하지 않은 글이 사라질까 봐, 수정한 내용이 날아갈까 봐 수시로 누르는 키. 이제는 글을 쓰는 동안 늘 곁에 두는 영원한 친구가 되었다.


지금도 한글 파일을 열고 도각도각 키보드를 두드리며 빈 문서를 글로 채운다. 하지만 그렇게 채운 문서가 다시 빈 문서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열심히 쓴 글을 지우고, 문장을 고치고, 때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러기에 내 글은 어렵고, 고치는 일은 더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여정 끝에 고치고 다듬은 글을 마주하면 알게 된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문장도, 수없이 지우고 다시 쓴 문장도 결국 내 손을 거쳐 하나의 글이 되었다는 것을.


어려운 여정이지만, 쓴 글을 고치는 여정이 끝났을 때 그 결과물은 나만의 아름다운 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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