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디세이」를 보고, 돌아가는 삶과 평화를 생각하다
어제 영화 「오디세이」를 보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스크린 위로 수많은 사람의 이름이 흘러가는 동안, 이상하게도 영화 속 주인공의 여정보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떠올랐습니다.
오뒤세우스는 전쟁을 마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귀향은 쉽지 않습니다.
바다는 끊임없이 그를 다른 곳으로 밀어내고, 유혹과 망각과 두려움이 그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돌아가려 합니다.
왜 그토록 이타카로 돌아가려 했을까요.
이타카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가족이 있었으며, 자신이 살아온 시간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곳은 수많은 역할과 이름을 내려놓고 다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며 저 자신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이타카는 어디인가?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살아오면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가?
돌아가 사과해야 할 사람은 없는가?
그리고 끝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오뒤세우스의 긴 항해를 바라보면서 삶이란 어쩌면 앞으로만 나아가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때로는 돌아가는 것이 전진일 수 있습니다.
잊었던 사람을 기억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관계를 다시 돌아보고, 처음 품었던 마음을 찾아가는 것. 그것 역시 우리의 긴 ‘오디세이’ 일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마음 아프게 다가온 것은 전쟁이었습니다.
영웅의 이야기는 전쟁에서 시작되지만,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사람들의 전쟁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상처와 상실을 짊어진 채 또 다른 긴 시간을 건너야 했습니다.
수천 년 전 호메로스가 이야기했던 전쟁과 귀향의 이야기가 오늘에도 낯설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서글픕니다.
인류는 그렇게 오랫동안 전쟁의 비극을 경험했는데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 있고,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가족이 있으며,
평범했던 하루가 가장 간절한 소원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디세이」를 보며 영웅의 승리보다 평범한 귀환의 소중함을 생각했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세상보다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세상,
누군가의 영웅적 희생을 필요로 하는 세상보다
누구도 영웅이 될 필요 없이 가족에게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 아닐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트로이 전쟁이 아니라, 모두가 자기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는 평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며 다시 생각했습니다.
나 역시 아직 항해 중이라고.
때로 길을 잃고, 욕심을 부리고,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무엇이 중요한지 잊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방향을 잡으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용서하고,
조금 덜 미워하며 살아가는 방향으로.
그리고 나 한 사람의 평화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에서도 전쟁과 폭력이 조금씩 사라지기를 희망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모든 아이가 전쟁이 아니라 일상을 기억하며 자랄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지구 위에 평화가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삶은 하나의 오디세이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 갔느냐가 아니라,
그 긴 항해 끝에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어디로 돌아가고 있는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저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나의 이타카는 어디이며, 나는 지금 그곳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