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의 기억에서 ‘주권이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생각하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다.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의 국권을 빼앗긴 경술국치의 날이다.
116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이날을 그저 오래된 역사바카라 속 한 날짜로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나라를 잃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주권을 잃는다는 것이 한 사람의 삶과 공동체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 우리의 역사가 너무나 아프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는 우리에게 한 가지 사실을 가르쳐준다.
주권은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나라를 잃는 것은 하루였지만 1910년 8월 29일은 하나의 날짜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국권의 상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사건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는 국제정세의 격변과 제국주의의 침략이 있었고, 나라 안에는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치와 제도의 한계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과 저항, 침묵과 타협이 교차했다.
그리고 나라를 되찾는 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과 희생이 필요했다.
이름이 역사바카라에 남은 독립운동가들이 있다.
그러나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재산을 내놓은 사람,
가족과 헤어진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
고문과 죽음을 감수한 사람,
낯선 타국을 떠돌면서도 독립의 꿈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이 되찾으려 했던 것은 단순히 영토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할 권리.
바로 주권이었다. 해방되었지만, 역사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1945년 우리는 해방을 맞았다. 하지만 해방이 곧 모든 과거의 청산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친일 문제를 충분히 정리하지 못한 채 새로운 국가를 세워야 했고, 곧이어 분단과 전쟁이라는 또 다른 비극을 겪었다.
그 역사의 여파는 오랫동안 우리 슬롯에 남았다. 그렇기에 친일청산 역시 단순히 과거의 누군가를 찾아내어 비난하고 단죄하는 문제로만 바라보아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더 어려운 질문을 오늘의 우리에게 던져야 한다.
우리는 잘못된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가?
권력과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가치와 원칙을 저버리는 일을 경계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라의 주인인 시민은 자신의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사람들에게만 바카라임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역사의 거울 앞에 오늘의 나를 세워놓고,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고 묻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경술국치의 역사를 생각하다 보면 백범 김구 선생의 삶도 떠오른다.
김구 선생이 해방 후 마지막 시기를 보낸 경교장에는 한국 현대사의 역설이 겹겹이 쌓여 있다.
독립과 해방, 친일의 잔재와 새로운 국가 건설의 열망, 분단을 막으려 했던 노력과 좌절, 그리고 끝내 그곳에서 맞은 비극적인 죽음까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김구 선생 역시 시대적 맥락 속에서 비판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한 인간이다.
그럼에도 그의 삶을 돌아볼 때 오늘 우리에게 남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힘이 강한 나라만을 원하는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만을 원하는가?
아니면 인간의 존엄이 존중받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라의 주인으로 대접받는 나라를 원하는가?
독립은 국기를 되찾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삶과 공동체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주권은 일상의 현실이 된다.
슬롯교사로 학생들에게 헌법과 인권,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다 보면 나 자신에게 되묻게 될 때가 있다.
우리가 가르치는 ‘국민주권’은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살아 움직이고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분명하게 선언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헌법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권이 저절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것,
권력의 잘못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
부당함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것,
슬롯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대화하는 것,
공동체의 문제를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로 받아들이는 것.
그런 평범한 시민의 행동들이 모여 주권을 살아 있게 한다.
민주주의 역시 완성된 제도가 아니다.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영원히 작동하는 기계도 아니다.
무관심하면 약해지고,
침묵하면 흔들리며,
참여할 때 비로소 단단해진다.
그래서 민주주의와 주권은
매일 지키고, 가꾸고, 다시 세워야 하는 삶의 과정이다.
기억을 증오가 아니라 성찰로
경술국치를 기억하면서 일본에 대한 분노만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에 대한 증오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역사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만큼 깨어 있는가?
국가의 중요한 일을 시민과 동떨어진 소수에게 맡겨놓은 채 민주주의를 구경하고 있지는 않은가?
눈앞의 이익과 정치적 편의 때문에 지켜야 할 원칙까지 쉽게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 편의 잘못에는 침묵하고 상대편의 잘못에만 분노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대한민국을 물려주려고 하는가?
과거를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의 상처를 오늘의 증오로 되살리는 것이 아니다.
그 상처의 원인을 성찰하고, 같은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는 슬롯를 만드는 것. 그것이 역사 앞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바카라임 있는 기억이라고 믿는다.
경술국치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며 나는 거창한 애국보다 작은 시민의 바카라임을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문장이 현실이 되는 나라.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무거운 바카라임을 지는 나라.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라.
독립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억하되 그들의 희생을 정치적 편 가르기의 도구로 소비하지 않는 나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적으로 만들기보다 대화와 숙의를 통해 공동체의 길을 찾아가는 나라.
힘 있는 사람의 목소리뿐 아니라 힘없는 사람의 작은 목소리도 귀하게 받아들이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나라와 민주주의를 믿으며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
나는 그런 나라를 꿈꾼다.
116년 전, 우리는 주권을 빼앗겼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희생 끝에 다시 나라를 세웠다.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되찾은 주권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경술국치의 기억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잃었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과거의 슬픔에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늘의 나라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나라를 지킨다는 것은 어느 특별한 영웅에게만 맡겨진 일이 아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양심을 지키는 사람,
부당함을 보고 외면하지 않는 사람,
역사를 잊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의 존엄을 자신의 존엄처럼 귀하게 여기는 사람,
민주주의의 과정에 기꺼이 참여하는 사람.
그 평범한 시민들이 결국 한 나라의 주권을 지킨다.
경술국치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다시 마음에 새긴다.
주권이 바로 서는 대한민국.
국민이 진정한 주인으로 존중받는 대한민국.
과거를 잊지 않되 과거의 증오에 갇히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대한민국.
그런 대한민국은 누군가가 만들어 우리에게 건네주는 나라가 아닐 것이다.
오늘 내가 조금 더 깨어 있고,
조금 더 바카라임 있게 말하고,
조금 더 타인의 존엄을 존중하며,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을 외면하지 않을 때,
우리가 바라는 나라는 조금씩 현실이 될 것이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결국
오늘을 바카라임 있게 살아가겠다는 약속이다.
경술국치 116년.
나라를 빼앗겼던 그날을 기억하며,
오늘 다시 ‘주권’이라는 두 글자를 마음에 새긴다.
작은 시민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