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경남예술제 합창제 「동화(同和)」,
진주아버지합창단의 한 사람으로 무대에 서며
오늘은 조금 특별한 토요일입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나던 교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아버지이자 한 사람의 합창단원으로 무대에 섭니다.
2026년 9월 5일 오후 5시, 창원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리는 2026 경남예술제 합창제 「동화(同和)」.
올해 경남예술제는 ‘경남을 잇는 아름다운 하모니’라는 이름으로 경남 곳곳에서 활동하는 합창단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그 무대에 저도 진주아버지합창단의 한 사람으로 함께합니다.
합창을 하며 새삼 알게 되는 것
합창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내 목소리만 커서는 좋은 노래가 되지 않는다는 것.
아무리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도
옆 사람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 화음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조금 크게 내야 하고,
때로는 한발 물러서야 합니다.
내가 음을 길게 끌고 싶어도
지휘자의 손끝을 바라보며 함께 멈춰야 합니다.
숨을 쉬는 순간조차 서로 맞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합창을 할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합창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아닐까 하고요.
자기주장만 크게 외치는 세상보다
서로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세상.
내 목소리를 내면서도
옆 사람의 목소리를 살려주는 세상.
조금 부족한 사람이 있으면 기다려 주고,
흔들리는 사람이 있으면 받쳐 주면서
마침내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가는 공동체.
그런 슬롯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同和’, 함께 어우러진다는 것
이번 합창제의 이름은 ‘동화(同和)’입니다.
팸플릿에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듯, 서로 다른 지역과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고 화합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그 두 글자가 참 좋습니다.
同, 함께할 동.
和, 화할 화.
같아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채로 함께 어우러지는 것.
합창이 아름다운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테너는 테너의 소리를 내고,
바리톤은 바리톤의 소리를 내고,
베이스는 자신의 낮고 깊은 음을 냅니다.
서로 다른 음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음색을 지키면서도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저 역시 진주아버지합창단에서 베이스 파트로 노래하면서
‘조화’라는 말을 조금씩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아버지들이 노래한다는 것
진주아버지합창단을 소개하는 글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가정과 슬롯에서 묵묵히 살아온 아버지들이 모여 노래로 마음을 나누고, 삶의 깊이가 담긴 하모니를 통해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합창단이라고 말입니다.
‘삶의 깊이가 담긴 목소리.’
저는 이 표현이 참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인생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가족을 바카라임지며 살아왔고,
누군가는 온라인 게임에서 수많은 시간을 견뎌왔으며,
누군가는 자식 걱정을 하고,
누군가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살아왔을 것입니다.
기쁜 날도 있었고
마음 아픈 날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일주일의 어느 저녁 한 곳에 모여 악보를 펼칩니다.
그리고 노래합니다.
직업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길도 다르지만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만큼은 한마음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들의 합창에는
기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을 살아본 사람들의 목소리.
넘어져 본 사람들의 목소리.
누군가를 바카라임져 본 사람들의 목소리.
그래서 조금 거칠더라도
그 안에는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오늘 무대에서 저는 무엇을 노래할까
오늘 경남 곳곳에서 온 여러 합창단이 한 무대에 섭니다. 프로그램에는 하동합창단, 합천군합창단, 김해코러스합창단을 비롯해 진주아버지합창단, 경남교원합창단 등 20개 합창단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주 아름다운 고음을 들려줄 것이고,
누군가는 깊은 저음을 들려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한 가지를 더 마음에 담아보려 합니다.
함께 노래하는 것.
옆 사람의 숨을 느끼고,
지휘자의 손끝을 바라보고,
관객의 마음을 생각하며
한 음 한 음 정성껏 노래하는 것.
그리고 그 노래가
오늘 객석 어딘가에 앉아 있는 한 사람에게라도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었던 하루를 잠시 내려놓게 하고,
“그래도 세상에는 이런 아름다운 순간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하는 노래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노래가 우리를 잇습니다
요즘 우리는 참 많은 갈등 속에서 살아갑니다.
세대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르고,
바라보는 세상이 다릅니다.
하지만 합창을 하다 보면
다르다는 것이 꼭 갈등의 이유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웁니다.
오히려 다른 음이 있기 때문에
화음은 더 풍성해집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음만 부른다면
그것은 합창이 될 수 없습니다.
다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연결하는 것.
오늘의 ‘동화(同和)’가 제게 주는 가장 큰 의미입니다.
잠시 후 무대에 오르면
저도 수많은 아버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서 있을 것입니다.
화려한 독창도 아닙니다.
제 목소리가 따로 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합창의 아름다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함께 만들어낸 하나의 울림 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
오늘 저는 그 울림의 작은 한 음이 되어 보려 합니다.
진주에서 온 아버지들과 함께,
경남 곳곳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노래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노래가
우리의 삶에도 작은 질문 하나를 남겼으면 합니다.
나는 오늘 누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나는 누군가의 삶을 받쳐주는 한 음이 되어주고 있는가.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만나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이 되는 순간.
오늘 우리는 노래로 연결됩니다.
노래가 우리를 잇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 속에서,
우리도 조금 더 서로에게 가까워집니다.
2026 경남예술제 합창제 「동화 同和」
2026년 9월 5일 토요일 오후 5시
창원성산아트홀 대극장
주제
경남을 잇는 아름다운 하모니
진주아버지합창단 단원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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