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은 불확정성, 운동은 질서를 향한다

[AI인문슬롯학 강좌] 제 21칼럼.

by박항준 Danniel Park

우리는 움직임과 운동을 비슷한 말로 사용한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둘을 분리해 보면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구조가 보인다. 움직임(Move)은 아직 방향과 궤도가 확정되지 않은 가능성이고, 운동(Motion)은 그 움직임이 관계와 경계를 만나 일정한 궤도를 갖게 된 상태이다. 움직임이 불확정성이라면 운동은 불확정한 움직임이 질서를 획득한 결과이다.


양자역학은 이러한 사유에 흥미로운 영감을 준다. 양자세계의 불확정성을 단순히 ‘아직 우리가 모르는 상태’라고만 볼 수는 없다. 양자상태는 여러 가능성을 포함하며, 위치와 운동량 같은 물리량에는 동시에 임의의 정밀도로 확정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거시세계에서는 사물이 비교적 안정적인 위치와 궤도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양자의 불확정성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수많은 입자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결맞음 상실(decoherence)이 일어나고, 양자적 간섭을 거시적으로 관찰하기 어려워지면서 고전적인 질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움직임’과 ‘운동’을 구분한다. 움직임은 아직 어느 방향으로 현실화될지 확정되지 않은 가능성이다. 반면 운동은 그 가능성이 관계의 場에 들어가 다른 존재 및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경계를 얻고 일정한 궤도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움직임의 반대가 질서가 아니다. 질서는 움직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이 운동이 될 수 있도록 경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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