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의 붉은 눈물

백두대간에서 비워낸 인간의 욕심

by담우


KakaoTalk_20260617_061815481_09.jpg속초 미시령에서 마주한 백두대간의 붉은 노을



속초와 고성에서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미시령 고개 아래 어느 이름 없는 도로에서,

나는 끝내 차를 세웠다.

달리는 자동차보다 더 급하게

가슴속 무언가가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의 깊은 능선 너머,

붉은 태양 하나가 산을 태우며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알던 저녁노을이 아니었다.

서해의 노을이 하루를 다독이며 잠드는 풍경이라면,

미시령의 노을은 거대한 생명 하나가

온 힘을 다해 마지막 불꽃을 토해내는 장엄한 의식에 가까웠다.

하늘은 온통 붉었다.

구름은 불에 그을린 쇳조각처럼 검게 물들었고,

겹겹이 쌓인 산맥은

오랜 세월 말없이 인간을 내려다본 현자처럼 침묵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



KakaoTalk_20260617_061815481_10.jpg속초 미시령에서 마주한 백두대간의 붉은 노을 1



이상한 일이었다.

저 장엄한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감탄이 아니라

부끄러움이었다.

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움켜쥐려 했던가.

조금 더 인정받기 위해,

조금 더 높아 보이기 위해,

조금 더 많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타인의 시선을 좇아

내 삶의 속도를 잃어버린 채,

사랑하기에도 짧은 생을

끝없는 경쟁과 계산 속에 허비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저 거대한 산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품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면 빛을 받아들이고,

해가 지면

군말 없이 어둠을 받아들인다.

억지로 붙잡지도 않고,

애써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저 제 자리를 지키며

계절이 오고 가는 시간을 견뎌낼 뿐이다.



속초 미시령에서 마주한 백두대간의 붉은 노을 2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왜 그렇게 애쓰며 살아가는 걸까.

손바닥만 한 이익 때문에

마음을 닫고,

사소한 자존심 때문에 사람을 잃고,

결국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생을 살면서

왜 그토록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는 걸까.

백두대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야말로

내가 평생 들었던 어떤 가르침보다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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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태양은 조금씩 산 너머로 몸을 숨겼다.

불길 같던 하늘은 서서히 어두워졌고,

검푸른 산맥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저녁의 품속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안에서는 무언가가 끝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되고 있었다.

조금 더 낮아지기로.

조금 더 비우기로.

조금 더 정직하게 살아보기로.

타인의 박수보다

스스로의 평온을 사랑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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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의 붉은 노을은 사라졌지만,

그날 산맥이 내게 건넨 침묵은

아직도 가슴 한가운데 남아 있다.

나는 이제 안다.

삶은

더 많이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이 비워낼 줄 아는 사람에게

비로소 깊어지는 것임을.

생은 짧다.

그러나 짧기에 더 사랑해야 하고,

더 비워내야 하며,

더 겸손하게 걸어가야 한다.

미시령의 노을은 내게

더 높이 오르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너무 애쓰지 말고,

네 속도로 살아가라고.

백두대간의 침묵으로,

붉게 타오르다 사라진 태양의 뒷모습으로,

그렇게 조용히 가르쳐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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