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멀리 있지 않았다
새벽하늘,
해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달의 뒷모습에서 거대한 우주의 질서를 봅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제 '때'를 지키는 것뿐이라는 장자의 지혜.
억지로 빛나려 애쓰는 삶에 던지는 무위(無爲)의 위로를 나눕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걷는 길,
고개를 들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창백한 빛 하나가 머물고 있다.
사람들은 해가 뜨면 달이 사라진다고 말하지만, 내 눈에 비친 새벽달은 결코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해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는 숭고한 '양보'일뿐이다.
장자(莊子)는 만물이 고정된 형태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흐른다고 했다.
내가 목격한 새벽달 역시 존재가 비존재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밤의 정점에서 낮의 서막으로 넘어가는 '물화(物化)'의 과정을 밟고 있다.
새벽달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해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저녁 해 역시 지는 것이 아니라, 달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소멸이 아니라,
우주의 거대한 수레바퀴가 다음 칸으로 부드럽게 이행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푸르스름한 새벽하늘 아래, 해와 달이 한 공간에 머무는 찰나의 순간은 경이롭다.
인간의 시선으로는 낮과 밤을 가르고 해와 달을 구분하지만,
도(道)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본래 하나다.
해와 달은 항상 그 자리에서 공존하고 있다.
어느 하나가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으며, 서로의 때를 지키고 유지할 뿐이다.
이 위대한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질서 속에서,
우주는 단 한 번도 균형을 잃지 않고 조화롭게 맥동한다.
억지로 빛나려 애쓰지 않고,
자신의 차례가 다했을 때 미련 없이 자리를 비켜주는 것.
그것이 장자가 말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정수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않듯,
새벽달은 자신의 길이를 억지로 조절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때'를 살아가고, 때가 이르면 고요히 물러난다.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우주는 이미 완벽한 예술이 된다.
매일 아침 운동화를 매어 신고 나서는 이 길 위에서,
나는 우주의 거대한 호흡을 배운다.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그저 서로의 때를 기다리며 공존할 뿐이다.
인식의 철창 속에 갇혀 '성공'과 '실패', '가짐'과 '버림'을 나누던 나의 완악함을 내려놓는다.
새벽달처럼,
내게 주어진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나의 때를 신뢰하는 것.
그것이 내가 도달해야 할 가장 정직한 삶의 기획이자 발견이다.
행운은 멀리 있지 않았다.
오늘 새벽,
내 머리 위에서 조용히 자리를 내어주던 저 새벽달의 미소 속에 이미 피어 있었다.
#장자 #무위자연 #새벽달 #철학에세이 #공존 #인생철학 #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