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으로 아들 생일 여행 카라반 예약
3월에 근로장려금을 신청했었다. 반기 신청 기간이었다. 반기 장려금 결정일 6월에서 8월로 밀려 정기가 되었다. 온라인카지노에 글 써서 벌은 5천 원 상당의 기타소득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근로장려금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었다. 저소득층이 근로 의지를 가지고 일하면 국가에서 장려금을 주는 취지인가 싶었다. 어떻게 보면 스무 살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려 경제생활과 슬롯생활을 제대로 못했다 이제 정신 차리고 가정 이루고 쿠팡 물류센터 다니고, 외국인 아내는 복지관에서 조리보조원으로 일하다 둘째를 낳으려고 시험관 시술 준비하느라 일을 쉬고 알바와 부업을 한다는 점에서, 나도 복지의 대상인가 싶기도 했다. 그동안 난 나라의 복지 대신 부모님의 복지를 타 먹었다. 부모님이 부자는 아니고, 초등학교 부부교사셨다. 아버지는 정년퇴직 하셨고, 어머니는 20년 근무하시고 IMF 때 명예퇴직 하셨다. 부모님의 전성기 때는 중산층이었다.
나라 돈을 뿌리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최근 들어 주면 먹지 하는 생각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에 좀 욕심을 냈다. 내가 불우이웃이라 생각했다. 그 돈 타서 아내랑 아들이랑 명륜진사갈비 한 번 가지, 어디 좋은데 한 번 가지 하는 생각이었다. 돈 나오면 이번 요한이 생일 때 어디 여행이라도 갈까? 돈 안 나와도 우리 돈으로도 가면 되지만.
결과적으로 한 푼도 안 나왔다. 근로장려금의 대상은 최저임금으로 풀타임으로 일하는 근로자들이 아니다. 가족이 있는데 혼자서 벌어 한 달에 100만 원 미만 버는데 어쨌든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장려금인 것 같다. 맞벌이 부부 경우 둘이 각자 월 70만 원 미만을 버는 집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다. 최저임금 받으며 매일 한 시간 야근하며 두 부부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가족을 대상을 하는 지원금은 아니다. 일단 최저임금이라도 풀타임으로 일하는 근로자는 대상이 안 되거나 감액되어 최소한으로 받는다.
사실 난 그걸 따지기 이전에 결격사유가 있었다. 이 장려금에 한해서는, 부모님 집에서 무상거주하는 자체가 자산으로 포함되었다. 매달 40만 원씩 5년 할부금을 내는 투싼도 시가로 재산으로 포함된다. 부모님 아파트에 무상임차 계약서를 쓰고 살고 있는데, 그게 자산으로 포함된 것이다.
돈 얼마나 나오나, 나오면 어떻게 쓸까 계산하던 차에, 한 푼도 안 나와 아쉽지 않을 리가 없었지만. 또 생각해 보니 장려금 취지를 보니 이런 장려금은 안 타는 게 축복이었다. 최저임금에 수렴하는 페이를 받으며라도 풀타임으로 일하는 게 나았다. 한 달에 20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벌며 근로 장려금 안 받는 게 낫지,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벌면서 근로 장려금 받는 삶이 낫지는 않았다. 유상이든 무상이든 그게 다 부채이지만 어쨌든 타고 다니는 차와 사람 살만한 집이 있고.
9월 아들의 생일이 있는 내 휴무일과 겹치는 주말에 춘천의 캠핑장 카라반을 예약했다. 근로장려금 들어오면 그 돈으로 예약하려 했는데, 우리 돈으로 질렀다. 토요일 새벽에 출발해, 목장에 갔다가, 점심 먹고 장 보고 캠핑장 캠핑카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레고랜드에 갈 예정이다. 내 돈 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