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배우는 경영 원칙은 얼마나 남겼는가
한국은 반도체를 세계에 팔면서 경영하는 방법은 여전히 외국에서 배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을 만들어낸 나라에서 왜 세계 경영자들이 대대로 읽는 경영 고전은 상대적으로 드물까.
미국에는 피터 드러커가 있고, 일본에는 도요타 생산방식이 있다.
아마존의 의사결정 방식과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는 하나의 경영 언어가 됐다.
그들의 바카라을 번역하고, 강연을 듣고, 성공 사례를 연구한다.
이 질문부터 잘못됐을 수 있다.
한국에 세계적인 경영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출신 경영학자 김위찬은 르네 마보안과 함께 『블루오션 전략』을 썼다.
전 세계 49개 언어로 출간됐고, 4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증보판에는 엔비디아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례까지 담겼다.
서울대 송재용·이경묵 교수의 『삼성웨이』 역시 2014년 미국 맥그로힐에서 출간됐다. 삼성의 경영을 10년간 연구하고 임원 80명을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왜 한국 기업의 압도적인 산업적 성공은 그에 비례하는 세계적 경영 사상으로 축적되지 못했을까.
첫 번째 이유가 성공을 설명하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의 성공담에는 유난히 강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결단력 있는 회장, 미래를 내다본 창업자, 밤낮없이 일한 임직원.
누구나 감탄할 만한 이야기다.
문제는 감탄과 학습이 전혀 다른 행위라는 사실이다.
훌륭한 경영서는 성공한 사람을 칭송하는 바카라이 아니다.
틀렸을 때 무엇이 벌어졌는지, 어떤 조건에서 판단이 유효했는지, 다른 조직에서도 재현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바카라이다.
도요타의 오노 다이이치는 1978년 『도요타 생산방식』을 출간했다.
핵심은 일본인이 근면하다는 자랑이 아니라 낭비를 줄이고 생산의 흐름을 개선하는 구체적인 원리였다.
다른 나라의 공장도 배울 수 있었다.
반면 기업의 성공을 창업자의 천재성만으로 설명하면 독자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천재를 복제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더 불편한 문제가 있다. 실패의 소유권이다.
성과를 낸 결정은 최고경영자의 통찰이 되기 쉽다.
실패한 결정은 시장 상황이나 실무자의 실행 부족으로 설명되기 쉽다.
모든 한국 기업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실패를 공개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조직에서 깊은 경영 사상이 자라기는 쉽지 않다.
경영철학은 성공의 기록보다 실패의 해부에서 더 날카로워진다.
1999년 하버드대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는 51개 업무팀을 연구해 심리적 안전감이 학습 행동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조직이 사람에게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할 여지를 주지 않으면 지식 자체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한국 기업은 어떨까.
2024년 OECD 분석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나쁜 경영문화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산업구조와 자본 접근성, 시장지배력도 중요하다.
바로 그 차이를 설명하는 한국 고유의 경영 이론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 대기업에서 통했던 방식이 중소기업에서는 왜 실패하는지, 빠른 의사결정이 조직의 사고를 멈추게 하는지 말이다.
미국의 깃랩은 회사 운영 원칙과 채용, 소통 방식을 담은 방대한 핸드북을 외부에 공개한다. 모든 기업이 이를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영업비밀과 개인정보는 보호해야 한다.
눈여겨볼 점은 자기 조직의 운영 방식을 다른 사람이 이해하고 반박하고 개선할 수 있는 지식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기술의 특허를 남기는 데 익숙하다.
이제 판단의 원리도 남겨야 한다.
출판업계의 바카라임도 묻고 싶다.
경영서를 성공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로 소비한다.
매출이 커지면 통찰도 깊어졌다고 믿는다.
부자가 된 사람의 말은 경영학이 되고, 실패한 사람의 분석은 변명으로 취급하기 쉽다.
기업의 실적과 경영 주장의 진실성은 같은 것이 아니다.
실적은 결과를 보여주지만, 결과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한국에 부족한 것은 성공한 경영자에게도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적 환경이다.
누구나 인공지능으로 그럴듯한 리더십 원칙 백 가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희소한 것은 실제 결정과 결과를 연결한 기록이다.
어떤 결정을 내렸고, 어떤 대안을 포기했으며, 무엇을 예상했고, 실제로는 무엇이 달랐는가.
그것이 축적되면 회고록은 연구가 되고, 기업의 경험은 슬롯의 자산이 된다.
한국에서 다음 세대의 세계적 경영서가 나온다면 반드시 대기업 회장의 바카라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패한 스타트업 대표, 공장의 생산관리자, 조직을 살린 중간관리자, 부당한 의사결정을 바꿔낸 평범한 직원이 쓸 수도 있다.
그들이 더 중요한 진실을 알고 있다.
한국 기업은 이미 제품의 품질로 세계를 설득했다.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던 이유뿐 아니라 틀렸던 이유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경영 고전은 국가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훈장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더 적게 실패하도록 돕는 지식이다.
언젠가 뉴욕이나 파리의 작은 서점에서 한국인이 쓴 경영서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저자가 유명해서가 아니라 그 바카라의 원리가 다른 나라의 평범한 온라인 게임인에게도 쓸모 있기 때문에 읽히는 바카라.
마지막으로 질문을 남기고 싶다.
우리는 세계적인 기업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세계가 배우고 싶어 할 만큼 좋은 조직을 경험했을까?
한국의 위대한 경영서는 제대로 답하는 사람에게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