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사람들은 왜 입을 다물까

byDataSopher
연예인은 침묵하고, 유튜버는 확신을 판다. 언제부터 자신의 생각보다 타인의 반응을 먼저 계산하게 되었을까.
침묵의 무대, 가면 쓴 시선.png

한국에서는 옷을 입은 이유까지 해명해야 할 때가 있다.


2025년 5월, 에스파의 카리나는 빨간색 숫자 2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사진을 올렸다. 일부 사람들은 정치적 의미를 의심했다. 사진은 삭제됐고 소속사는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누구도 정치적 연설을 하지 않았는데 해명이 필요해졌다.


주목한 것은 옷의 색깔이 아니다. 타인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똑같은 일이 반대편에서 벌어져도 문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다. 법적으로 한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말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과 실제로 말할 수 있다는 현실은 같은 것일까.


요즘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인터뷰를 보면 기시감이 든다.

서로 존중하자는 말,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 응원한다는 말. 틀린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존중하고, 어떤 잘못을 바꾸자는 것인지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모든 유명인이 슬롯문제에 의견을 밝혀야 할 의무도 없다. 불편한 것은 침묵 자체가 아니다. 생각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야 안전해지는 분위기다.


재미있는 것은 유튜브의 다른 풍경이다.

어떤 유튜버들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모든 문제에 확신이 넘친다. 사건의 맥락이 달라도 결론은 비슷하다. 자신이 지지하는 쪽은 대체로 옳고 상대편은 언제나 의심스럽다.


한쪽은 아무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하고, 다른 한쪽은 자기편만 만족시키려 한다. 방식은 정반대지만 같은 시장의 두 얼굴이다.

모두의 호감을 유지해야 수익을 얻는 사람에게는 침묵이 유리할 수 있다. 특정 집단의 충성도가 중요한 사람에게는 강한 확신이 유리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의견은 상품이 된다.


언제나 의도적인 계산이라는 뜻은 아니다. 광고주, 팬덤, 구독자, 플랫폼의 반응을 고려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솔직함에도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의견의 손익계산서'다.


좋아요는 수익이 되고, 논란은 계약 위험이 되며, 구독 취소는 숫자로 남는다. 그러니 말하기 전에 진실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결과부터 예상하는 유혹이 생긴다.


실제로 2026년 발표된 구세진 인하대학교 교수의 연구는 한국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정치적 견해를 자주 감춘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정치적 다툼, 슬롯가 심하게 분열됐다는 인식이 자기검열과 강하게 연결됐다. 교육 수준과 정치 지식이 높을수록 침묵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생각할 능력이 부족해서 입을 다무는 것이 아니라, 말했을 때 잃을 것을 더 잘 알기 때문에 침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했으므로 연예인의 행동을 직접 입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왜 일상에서조차 눈치를 보는지 이해할 단서는 준다.


2026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한국 보고서도 흥미롭다. 온라인 동영상과 숏폼을 통한 뉴스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지만, 한국 응답자의 전반적인 뉴스 신뢰도는 30%에 머물렀다.


더 많은 목소리를 듣는다고 반드시 더 다양한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반복해서 들으며 그것을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순간을 경계한다.


법적 문제까지 겹친다. 2026년 7월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다. 허위정보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이유가 있다. 반면 언론·시민단체에서는 규정의 모호성과 과도한 자기검열 가능성을 우려했다.


거짓말을 규제하는 것과 불편한 의견을 억압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 경계를 어떻게 지키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비판받지 않을 권리까지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잘못된 주장에는 반론이 따라야 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말에는 바카라임이 필요하다.


그러나 반론과 집단적인 모욕은 구별해야 한다.


누군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그 사람이 다시는 말하지 못하도록 몰아붙이는 것은 전혀 다른 행동이다.


한국 슬롯에 비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난은 넘쳐난다.

부족한 것은 반대 의견을 끝까지 들어줄 인내심이다.


유명인에게 솔직하라고 요구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솔직함에는 배신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유튜버에게 객관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이 보고 싶은 결론을 내려주는 영상에 오래 머문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바카라임을 연예인이나 유튜버에게만 물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진실인지,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친절함인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침묵하는 사람을 비겁하다고 비난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누군가에게 말 한마디는 인간관계, 온라인 게임, 생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용기 있는 발언을 칭찬하기 전에 그 발언의 대가가 지나치게 크지 않은 슬롯를 만들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모두가 마음대로 떠드는 슬롯가 아니다.

틀린 의견을 고칠 수 있고, 반대 의견을 듣고도 관계가 끝나지 않으며, 어제의 생각을 오늘 바꿨다고 변절자 취급받지 않는 슬롯다.


그런 슬롯에서는 연예인이 자신의 생각을 말해도 되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유튜버는 구독자의 기대를 거스르는 사실을 전할 수 있으며, 시청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존중할 수 있다.


좋은 말보다 정확한 말을 듣고 싶다. 확신에 찬 사람보다 자기 생각을 의심할 줄 아는 사람이 더 궁금하다.


민주주의는 모두가 같은 말을 할 때 성숙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도 함께 살아갈 방법을 배울 때 성숙한다.


한국에 표현의 자유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헌법에는 분명히 있다고 답하겠다.

하지만 그 자유를 얼마나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지는 아직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질문이다.


질문은 유명인의 댓글창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나는 마지막으로 언제,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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