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나는 내 행복을 미뤘다

byDataSopher

유행을 놓치는 것보다 무서운 건 내 취향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스마트폰 포털로 향하는 군중과 평온한 독서 공간.png

한겨울, 사람들은 쿠키 하나를 사려고 긴 줄을 섰다.

영하의 추위에도 기다림은 계속됐다. 누군가는 두 시간을 기다려 겨우 손에 넣었다. 맛있는 쿠키가 먹고 싶었던 걸까. 남들은 다 먹어봤는데 자신만 모른다는 사실이 싫었던 걸까.


줄 끝에 쿠키 말고도 무언가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과 같은 경험을 했다는 안도감.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을 자격.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것은 소속감일지도 모른다.


2026년 초 대한민국을 뒤흔든 '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은 흥미로운 사례다.

식당까지 판매에 뛰어들었고 SNS에는 구매 인증이 쏟아졌다. 2월 731톤까지 늘었던 피스타치오 수입량은 7월 54톤으로 감소했다. 다섯 달 만에 약 93%가 줄었다.


원재료 수입량이 소비자의 행복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는 보여준다. 어제의 간절함이 오늘의 무관심이 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정말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는 걸까. 좋아해야 할 것을 전달받는 걸까.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1899년 《유한계급론》에서 소비가 슬롯적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7년이 지난 지금, 과시의 문턱은 놀랍도록 낮아졌다. 비싼 보석이 없어도 된다. 남들이 모르는 식당, 새롭게 뜬 운동, 예약하기 어려운 전시회 하나면 충분하다.


과거에는 돈이 있어야 남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면 지금은 유행을 아는 속도만으로도 자신을 전시할 수 있다.


여기에 알고리즘이 끼어든다.

2026년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숏폼 콘텐츠를 통한 '발견형 소비'가 확대됐다.

한 브랜드의 서포터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누적 조회 수 7천만 회를 넘겼다. 기업에는 훌륭한 마케팅 성과다. 소비자에게도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발견이 반복되면서 의무처럼 느껴질 때다.


휴대전화 화면을 몇 번 내렸을 뿐인데 갑자기 필요한 물건이 늘어난다.

어제까지 관심 없던 신발이 눈에 밟히고, 별생각 없던 여행지가 인생의 목표처럼 바뀐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을 읽지만, 관심이 깊은 애정인지 순간적인 호기심인지 완벽히 구별하지 못한다.


우리는 추천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한다.


《세계행복보고서 2026》에 소개된 미국 대학생 연구에서는 적지 않은 SNS 이용자가 자신만 서비스를 그만두는 데에는 보상을 원하면서도, 공동체 전체가 함께 서비스를 중단한다면 오히려 돈을 낼 의향을 보였다.


혼자 빠지면 손해 같고 모두 그만두면 차라리 좋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상품의 함정(Product Trap)'으로 설명한다.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남들이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선택을 압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유행의 가장 불편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행복해 보이기 때문에 시작했지만, 내가 행복한지는 확인하지 않는 삶.


유행을 무조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러닝 열풍 덕분에 운동을 시작해 건강을 회복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친구가 추천한 바카라에서 평생의 문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유행은 새로운 세계의 입구가 된다.


입구에서 만난 타인의 취향을 평생 자신의 취향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유행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더라도 달리는 시간이 좋다면 계속하면 된다.

인증 사진을 올릴 때만 즐겁다면 한번쯤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달리기를 좋아하는가, 달리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가.


두 감정은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삶을 만든다.


행복 연구 역시 단순하지 않다. 《세계행복보고서 2026》은 일부 지역에서 과도한 SNS 사용과 낮은 삶의 만족도가 관련되어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기술을 사용한다는 사실보다 사용하는 방식과 슬롯적 관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경계할 대상은 유행 자체가 아니다.

유행을 따라가지 않으면 뒤처진 사람처럼 느끼게 만드는 분위기다.


무엇이 유행하는지보다 사라진 뒤에도 내게 남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싶다.


유행이 끝나도 읽고 싶은 바카라인가. 아무도 사진을 찍어주지 않아도 걷고 싶은 길인가. 친구들이 관심을 잃어도 여전히 즐거운 취미인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해도 괜찮다. 나만 좋아하는 것을 혼자 좋아해도 괜찮다.


사람마다 행복의 모양이 다른 것은 자유다.


우리는 오랫동안 새로운 것을 경험하지 못하는 일을 손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진짜 손해는 따로 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들을 빠짐없이 경험하느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모르게 되는 일이다.


유행은 지나간다. 다음 달이면 또 다른 음식이 나오고, 새로운 장소에 줄이 생기고,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올릴 것이다.


굳이 그곳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대신 오래 읽고 싶었던 바카라을 펼치거나, 익숙한 골목을 걷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하루겠지만 내게는 충분히 좋은 하루일 수 있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인생이 아니라, 남들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좋은 인생.


행복은 새로운 유행을 발견하는 능력이 아니다.

유행하지 않는 자신의 기쁨을 끝까지 알아보는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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