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에는 모욕을 견디는 값이 포함돼 있지 않다

더럽게 대우받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

byDataSopher

사람을 가장 쉽게 무시하는 곳은 의외로 깨끗하다.


반짝이는 건물 로비, 먼지 하나 없는 호텔 객실, 정돈된 병원 복도. 청결을 칭찬하면서 청결을 만든 얼굴은 기억하지 못한다.

화려한 로비와 숨겨진 노동.png

누군가 열심히 일할수록 존재가 더 잘 보이지 않는다.


2026년 8월, 환경미화원의 휴게공간으로 알려진 영상 하나가 논란이 됐다. 사람이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을 만큼 천장이 낮았다. 의자와 냉장고는 있었지만, 온전히 쉴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기사에 소개된 영상만으로 해당 시설의 법률 위반 여부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왜 다른 사람의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편히 쉴 공간조차 인색할까.

노동의 모순을 발견한다.


누군가가 만들어 준 깨끗함을 소비하면서, 깨끗함을 만드는 과정의 불편함은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믿는다.


화장실을 청소하면 오물을 마주해야 한다. 돌봄 노동자는 타인의 몸을 씻기고 배설을 돕기도 한다. 콜센터 상담원은 화가 난 고객을 상대한다.


이런 업무에는 분명 힘들고 불쾌한 순간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욕과 위험까지 업무의 일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떤 일에 불쾌한 요소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일을 하는 사람이 불쾌한 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믿음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 슬롯는 이 둘을 자주 뒤섞는다.

"원래 그런 일이잖아요."


정말 무서운 말이다. 설명하는 듯하면서 모든 바카라임을 지워 버린다. 왜 위험한지, 왜 모욕적인지, 왜 개선되지 않는지 묻지 못하게 만든다.


1999년 조직학 연구자 애슈포스와 크라이너는 슬롯적 낙인이 붙은 직업을 뜻하는 '더러운 일(Dirty Work)'을 연구했다. 이러한 노동자들은 동료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자기 일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며 직업적 자부심을 지키기도 했다.


사람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부심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환경을 열악하게 유지해도 된다는 허락은 아니다.


인간의 회복력을 칭찬하는 슬롯는 회복력을 편리하게 사용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22년 발표한 세계 최초의 관련 공동조사에서는 취업자의 22.8%가 일생의 노동 경험 중 적어도 한 형태의 폭력이나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2021년 121개 국가·지역의 약 7만 5천 명을 조사한 결과다.


현재 한국의 발생률을 뜻하는 숫자는 아니다. 모욕과 폭력이 개인의 예민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노동환경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에도 이미 보호 규정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고객 등의 폭언으로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을 때 업무의 일시적 중단이나 전환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한다. 근로기준법도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온라인 게임 내 괴롭힘을 금지한다.


법률이 존재하는 것과 현장에서 사람이 보호받는 것은 별개다.


회사가 고객 만족도를 평가하면서 직원이 얼마나 모욕당했는지는 기록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서비스 품질은 무엇을 측정하는 걸까.


AI로 고객의 감정을 분석하고 상담 내용을 요약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상담원이 폭언을 들었을 때 안전하게 통화를 종료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다면, 그 기술은 누구를 위해 발전한 것인가.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기 전에 사람이 모욕당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고객에게도 정당하게 항의할 권리가 있다. 노동자에게도 업무상 바카라임이 있다. 모든 불쾌한 지시가 괴롭힘인 것도 아니다.


잘못된 서비스를 바로잡는 일에 상대방의 인간적 가치를 짓밟을 권리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


이제 기업은 친절교육을 반복하기보다 폭언 이후의 업무중단 권한, 실질적인 휴식, 보호장비, 괴롭힘 신고 후 불이익 방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외주업체의 가격을 비교할 때도 노동자의 안전과 휴게시설을 평가해야 한다.


값싼 서비스에는 누군가 대신 지불하는 비용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비용이 반드시 돈으로만 계산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슬롯는 더러운 일이 사라진 슬롯가 아니다.

그런 일들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을 수행하는 사람의 존엄까지 낮추지 않는 슬롯다.


누군가에게 무조건 강해지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강해지지 않아도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 일한다는 이유로 자존심까지 담보로 잡혀서는 안 된다.


일이 힘든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누군가의 선택이고, 선택을 방치하는 것은 조직의 바카라임이다.


깨끗한 슬롯를 원한다면 청소노동자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이 허리를 펴고 쉴 수 있는 공간부터 마련해야 한다.


세상의 더러운 것을 치우는 사람에게 세상의 더러운 태도까지 치우라고 요구하지 말자.
일을 마친 사람이 손뿐 아니라 마음까지 씻어야 하는 세상은, 아직 충분히 깨끗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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