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실수를 벌주는 회사는 정답만 복제한다

실수를 말할 수 없는 조직이 무너진다

byDataSopher

어느 날 회사에서 실수가 완전히 사라졌다. 직원들이 갑자기 유능해진 것은 아니었다. 아무도 실수를 보고하지 않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런 회사의 대시보드는 참 아름답다. 보고서에는 빨간색 경고등 대신 초록색 달성 표시가 가득하다. 경영진은 조직이 안정되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고객 불만은 줄지 않고 똑같은 장애가 반복된다. 직원들은 회의마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입을 다문다.


회사는 실수를 없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없앤 것은 실수에 관한 정보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 차이가 무섭다.

측정되지 않는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하버드대학교의 에이미 에드먼드슨은 병원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팀워크가 좋은 의료진일수록 더 많은 투약 오류가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이상한 결과였다. 좋은 팀이 왜 더 많이 실수할까?


추가 조사에서 중요한 차이가 드러났다. 좋은 팀에서는 실수를 공개하고 논의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팀에서는 실수를 드러내는 일 자체가 위험했다.


실제 오류 발생률과 발견된 오류율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류 보고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팀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교훈이 있다.


오류 데이터는 얼마나 많이 틀렸는지만 보여주지 않는다. 얼마나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도 반영한다.


이 장면을 평범한 회사로 옮겨보자.


한 직원이 새로운 고객 분석 방법을 제안한다. 기존 방식보다 정확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험에 실패할 수도 있다.


팀장은 묻는다.

"그렇게 해서 성과 안 나오면 누가 바카라임질 건데?"


이 질문을 들은 직원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남는다. 새로운 방법을 검증하거나, 지난해 사용한 보고서를 조금 고쳐서 제출하거나.


어느 쪽이 인사평가에 유리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조직이 무엇을 보상하고 무엇을 처벌하는지 금방 알아차린다.


결국 새로운 분석은 사라지고 지난해의 그래프만 살아남는다.

회사는 경험의 축적이라고 부른다.

그것을 '안전한 복사'라고 부르고 싶다.


생각해 볼 문제가 하나 있다.

우리는 왜 실수를 개인의 성격으로 해석하는 데 익숙할까?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했을 가능성, 업무 지침이 서로 충돌했을 가능성, 검증할 인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은 뒤로 밀린다.


가장 간단한 결론이 등장한다.

"담당자가 꼼꼼하지 못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경제적이다. 원인 분석도, 업무 재설계도, 추가 비용도 필요하지 않다. 담당자에게 주의만 주면 회의를 끝낼 수 있다.


하지만 값싸게 끝낸 회의가 나중에는 비싼 장애로 돌아올 수 있다.

반대되는 사례도 있다.


도요타 생산방식에는 이상이 발견되면 작업자가 문제를 알릴 수 있도록 하는 안돈(Andon) 체계가 있다. 생산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상태를 드러내고 대응하는 것이 품질관리의 일부다.


도요타도 모든 문제를 해결한 완벽한 조직은 아니다. 이 체계가 보여주는 관점은 선명하다.

문제를 숨겨서 생산이 순조로워 보이게 만드는 것보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발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026년 7월 발표된 연구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 전력산업 종사자 180명을 대상으로 한 시나리오 실험에서 관리자가 사고를 비난하는 방식보다 공감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참여자의 심리적 안전감과 향후 보고 의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장기간의 사고 감소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보고 의향을 측정한 연구다.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관리자의 말투는 조직에 어떤 정보가 들어오는지를 바꾸는 조건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실수를 용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복적인 규정 위반, 고의적인 은폐, 안전을 무시한 행동에는 분명한 바카라임이 필요하다.


실험하다가 예상과 다른 결과를 얻은 사람과 문제를 알면서도 감춘 사람을 똑같이 대우한다면 그것 역시 불공정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실수에 대한 관대함보다 실수를 구별하는 능력이다.


2024년 국내 기업 근로자 38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런 복잡성이 나타난다. 실바카라관리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혁신행동에 직접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심리적 안전감과 구성원이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능동적으로 바꾸는 행동 등이 매개하는 관계가 확인되었다.


실수를 덜 두려워하는 분위기만 만든다고 혁신이 저절로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하는 방식을 바꿀 여지도 있어야 한다.


좋은 조직의 실수 관리가 세 가지 질문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잘못되었는가. 왜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는가. 다음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다른 결과를 얻으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개인의 바카라임도 있고 조직의 바카라임도 있다.

중요한 것은 둘 중 하나를 지우지 않는 일이다.

AI 시대에는 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과거에는 선배의 보고서를 복사했다면 이제는 AI가 정리한 정답을 복사한다. 과거에는 상사의 판단이 틀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사의 판단에 그럴듯한 AI의 문장까지 덧붙일 수 있다.


틀린 답이 틀렸다고 느껴지지 않는 환경.

그곳에서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순간까지 두려워한다면 조직은 무엇으로 자신의 오류를 발견할까?


AI가 만들어낸 매끄러운 문장은 회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문장의 전제를 의심하지 않는다면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잘못된 판단도 빠르게 복제될 수 있다.


이런 조직의 미래가 궁금하다.

모두가 정답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데,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면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조직.


실수를 감춘 사람은 무사하고, 실수를 발견해 보고한 사람은 해명서를 쓰는 조직.

그런 곳에서 직원에게 도전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람은 회사가 벽에 붙여놓은 핵심가치보다, 자신의 동료가 실수했을 때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훨씬 오래 기억한다.


조직문화는 누군가 실수한 다음 날의 풍경에 남는다.


회사가 정말 변화하고 싶다면 혁신적인 인재를 채용하기 전에 이미 들어와 있는 불편한 정보를 어떻게 대우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실수를 보고한 직원에게 처음으로 건네는 질문이 무엇인지, 장애 보고서가 징계 자료로만 소비되는 것은 아닌지, 실패한 실험에서 얻은 사실이 다음 의사결정에 남는지 말이다.


실패를 미화할 필요는 없다. 비용이 든다. 고객에게 피해를 주고 동료의 시간을 빼앗는다.

그렇기에 더욱 정확하게 기록하고, 드러내고, 고쳐야 한다.


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 알고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


회사가 배워야 할 것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정답을 오늘도 틀리지 않고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왜 틀렸는지 알아내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조직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실수를 벌주면 사람은 조심해진다. 그러나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잘못 가르치면, 사람들은 일을 잘못하는 것보다 잘못한 사실이 들키는 것을 더 경계하게 된다.


정답만 복제하는 회사가 완성된다.

가장 마지막에 사라지는 것은 실수가 아니다.


새로운 답을 찾아보려는 사람이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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