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첸은 왜 8년째 집을 이야기할까
현직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며 매주 마케팅 뉴스레터를 챙겨 읽습니다. 읽고 흘려보내는 대신, 실무자 시선으로 곱씹어보고 기록합니다.
'영화보다 광고가 더 기억에 남았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화제가 된 최근 광고부터, 2019년부터 이어온 스위첸의 광고 캠페인까지. 아파트 브랜드가 이렇게 오랫동안 '집'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광고를 만들어왔다는 뉴스레터를 보았다.
사실 나는 스위첸의 광고를 특별히 챙겨보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저 '길게 호흡을 가져가는 브랜드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뉴스레터를 읽다 보니 오히려 다른 부분이 궁금해졌다. 이렇게 좋은 광고를 8년 동안 만들면, 실제로 브랜드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콘텐츠 마케팅을 하다 보면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콘텐츠와 비슷하면 식상해 보이고, 한 번 잘된 포맷이 있으면 그다음에는 더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특히 SNS에서는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바뀌니까.
그런데 스위첸은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매년 광고의 소재와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결국 '집'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계속 이야기한다. 엄마의 방, 가족, 부부, 아이들, 하루 끝에 돌아오고 싶은 집.
8년 동안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대신, 같은 주제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 부분이 꽤 인상적이었다. 브랜드가 하나의 이야기를 오래 가져간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기 떄문이다.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오히려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 그게 쌓이면 단순히 광고 몇 편이 아니라 브랜드의 이미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건 뉴스레터에서 함께 보여준 데이터였다.
스위첸은 캠페인이 공개되는 시기에 검색량이 크게 증가했지만, 평상시 검색량은 오히려 감소했고, 아파트 브랜드 순위에서도 눈에 띄는 상승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한다.
여기서 조금 고민이 됐다.
그렇다면 좋은 광고를 오래 만드는 것의 성과는 무엇일까?
광고가 화제가 되고 사람들이 브랜드를 검색하는 것까지는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특히 아파트는 더 그렇다. 내가 오늘 광고를 보고 스위첸이 좋아졌다고 해서 내일 스위첸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하는 지역에 스위첸이 있다는 보장도 없다.
구매 주기도 길다. 그래서 일반적인 콘텐츠 마케팅처럼 '콘텐츠 → 관심 → 구매’ 라는 짧은 흐름으로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아파트 같은 상품에서는 지금 당장 구매시키는 것보다, 언젠가 구매를 고민하는 순간까지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점에서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보통 마케팅의 성과를 숫자로 확인한다. 조회수, 클릭률, 검색량, 매출.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는 명확하고, 실무에서는 당연히 중요하다.
그런데 브랜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도 만들어지는 것 같다. 스위첸이 8년 동안 만들어온 건 어쩌면 '좋은 아파트'라는 메시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집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가까울 것이다. 광고마다 다른 가족과 다른 상황을 보여주지만, 계속해서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같은 방향의 이야기가 반복되면 소비자에게는 어느 순간 하나의 이미지로 남는다.
물론 그것만으로 브랜드의 성공을 설명할 수는 없다. 아파트는 결국 입지와 가격, 상품성처럼 현실적인 조건이 훨씬 중요하고, 아무리 좋은 광고를 만들어도 상품 자체가 따라오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스위첸의 사례를 보면서 브랜딩은 단기적인 성과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단기적인 성과와 다른 시간의 성과를 쌓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뉴스레터를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내가 만드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콘텐츠 마케터에게는 당연히 빠른 성과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보고, 클릭하고, 구매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그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오늘의 성과로만 끝나지 않는다면 어떨까? 하나의 콘텐츠가 아니라 여러 콘텐츠가 쌓여서 사람들이 브랜드를 특정한 이미지와 연결해서 기억하게 만드는 것.
“이 브랜드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브랜드야.”
이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콘텐츠를 만들 때 ‘이번 콘텐츠가 얼마나 잘될까?’뿐만 아니라 ‘이 콘텐츠가 우리 브랜드의 어떤 이야기를 쌓고 있을까?’라는 질문도 해보고 싶다.
8년 동안 같은 이야기를 해온 스위첸을 보면서, 꼭 매번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브랜드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는 능력보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지치지 않고 오래 이어가는 힘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성과를 확인하고 방향을 조정하는 일도 필요하다. 좋은 광고를 만드는 것과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분명 같은 일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8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하나의 주제를 계속 이야기해온 브랜드를 보니, 나도 언젠가는 단순히 ‘반응이 좋은 콘텐츠’가 아니라 ‘브랜드에 오래 남는 콘텐츠’를 만드는 마케터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의 숫자와 조금 더 긴 시간 사이에서, 그 둘을 모두 놓치지 않는 마케팅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