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기사 제목 964개를 세어보고 알게 된 한국의 자리
2025년 1월 27일 아침, 중국 회사 하나가 내놓은 AI 모델 때문에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에 17퍼센트 가까이 빠졌다는 뉴스가 떴다. 딥시크라는 이름은 그 전주부터 돌고 있었지만, 앱스토어 1위와 나스닥 급락이 같은 화면에 나란히 뜨면서 비로소 모두가 아는 사건이 된 셈이다.
나는 그 뉴스를 서울에서 봤는데, 북경에서 회사를 하던 시절이었다면 아마 다른 데 놀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서울에서 본 그날의 뉴스는 이상하게 두 갈래로 갈려 있었다. 한 기사는 "충격"이라고 썼고 바로 옆 기사는 "저비용 혁신"이라고 썼는데, 같은 신문의 같은 날 지면이었다. 그때부터 기사를 읽을 때 내용보다 제목이 딥시크를 어떤 쪽으로 보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여섯 달 동안 나온 딥시크 기사 제목을 전부 세어보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나라마다 신문 두 개씩을 골라 천 건이 넘는 제목을 한 건씩 읽으며, 이 제목이 딥시크를 매력으로 보는지, 위협으로 보는지, 아니면 사실만 전하는지를 표시해 나갔다. 혼자 하면 내 눈이 기울 수 있어서 두 번 했고, 다른 사람에게도 두 번 부탁했다. 결국 이 일에 반년이 들어간 셈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단순하게 나왔다. 일본은 제목의 절반 이상이 위협 쪽이었고,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다섯 건 중 한 건 정도만 위협이었으며 나머지는 "출시", "경쟁자", "저렴", "능가" 같은 시장의 말로 채워져 있었다. 같은 회사가 같은 날 내놓은 같은 물건이 어떤 나라에서는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어떤 나라에서는 시장에 새로 등장한 경쟁자로 읽힌 것이다.
한국은 그 가운데 어디였을까. 이 질문이 이 글을 쓰는 이유다.
한국은 매력이 244건, 위협이 250건으로 거의 반반이었고, 숫자만 보면 네 나라 중 가장 중립적인 나라였다. 그런데 제목에 자주 함께 나오는 단어를 뽑아보니 "정보", "개인", "차단", "정부"가 위에 있었다. 태국의 "주식", "모델", "주목"과는 다른 자리에서 나온 단어들이었다. 한국은 말투로는 중립을 지키면서도 놀라움을 표현하는 어휘 자체는 이미 안보 쪽에 기울어 있었던 셈이다.
나는 이 결과가 한국이라는 나라의 자리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동맹으로 살아온 나라이면서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인 나라이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당장 손해가 눈에 보이는 나라이기 때문에, 딥시크를 보고 감탄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 오히려 한국의 정상 상태에 가깝다. 나 자신이 그랬다. 30년을 한중 사이에서 살았는데도, 아니 그래서 더, 그날 아침 어느 쪽으로 놀라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도 적어두고 싶다. 통계적으로 두 신문의 딥시크 논조는 구분되지 않았다. 국내 사안에서 그토록 다른 두 신문이 중국 기술 앞에서는 같은 얼굴이 되는데, 이처럼 인식의 차이는 매체보다 나라라는 조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더 있다. 우리는 흔히 중국이 매력적이지 않아서 중국의 선전이 실패한다고 말하고, 매년 100억 달러를 쓰고도 서방의 비호감은 역대 최고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그 선전이 필요하지 않았고, 딥시크는 그냥 좋은 물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매력이라는 것은 보내는 쪽의 노력보다 받는 쪽에 이미 마련되어 있는 조건에 달려 있었던 것이다.
논문은 그렇게 끝났지만 나는 그 뒤로 다른 것이 궁금해졌다. 신문 제목은 사람이 쓰고, 그 사람은 자기 나라의 조건 안에서 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매일 물어보는 AI는 어떤 조건 안에서 답하는가. ChatGPT에게 중국을 물으면, 딥시크에게 한국을 물으면, 돌아오는 답에는 누구의 자리가 들어 있는가. 이것이 내가 지금 회사의 방향을 통째로 돌려서 하고 있는 일이고,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