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만큼은 정말 아무에게도 자리를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퇴근 직전까지 메신저 알림은 쉬지 않고 울렸다. 형광등 아래 남겨진 차가운 커피는 이미 갈색 막이 얇게 굳어 있었고, 모니터 속 숫자들은 숨 막히는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왔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라며 겨우 인사를 남기고 회사 문을 나섰지만, 어깨 위에는 하루치 피로가 젖은 코트처럼 무겁게 들러붙어 있었다. 편의점 냉장고 앞에 잠시 멈춰 섰다가 삼각김밥 하나를 집었다 놓은 채 다시 밖으로 걸어 나왔다. 허기는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검은 코트 자락과 가방끈들이 서로 스치며 엉켰고, 젖은 운동화 밑창은 바닥 위에 희미한 물 자국을 남겼다. 환승역으로 향하는 저녁 시간의 공기는 눅눅한 숨처럼 천장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이어폰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고, 누군가는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내리며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나 역시 손잡이를 붙든 채 작은 흔들림 하나에도 몸을 맡긴 채 서 있었다.
회사에서 집까지는 한 번 갈아타야 했다. 환승역만 지나면 사람은 더 많아졌고, 내 몸은 오래 접어 둔 종이처럼 점점 구겨졌다. 어깨는 젖은 모래주머니를 올려놓은 것처럼 무거웠고, 발바닥은 하루 종일 열기를 품은 아스팔트처럼 욱신거렸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빛이 빠져나간 회색 그림자 같았다. 오늘도 앉아서 가는 건 포기한 날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지하철 맨 끝자리 하나가 비어 있었다. 나는 누가 먼저 채 가기 전에 작은 틈 사이로 몸을 밀어 넣듯 재빨리 앉았다. 차가운 좌석이 허벅지 아래 닿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몸의 긴장이 실처럼 풀렸다. 덜컹, 하고 지하철이 흔들리자, 안내 방송이 물속에서 울리는 종소리처럼 멀게 번졌다. 나는 고개를 떨군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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