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하고 조용한 안식처

시 '희미한 이정표'에 대하여

by박헤디

희미한 이정표


먼지 머금은 하늘엔

별도 먼지 가득 묻어


구름도 부끄러워

서서히 별을 가리지만


길 잃은 나그네

별 따라 걸어가네


나에겐 조용한 안식처가 있다.


내 방 창문에선 집 옆 공원이 보인다.

글을 쓰다 손이 턱 막힐 때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비가 오는 날엔 잔뜩 젖은 나무와 흙이 보이고, 햇빛이 쨍쨍한 날엔 햇살 가득한 시냇물이 보인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해가 지고 사람들이 잠든 밤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잔뜩 지친 날엔 방의 불을 전부 끄고 창문을 바라본다.

나를 괴롭히는 소리 대신 새벽의 공기를 울리는 오토바이 배기음과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를 즐기며 공원을 바라본다.

하천을 따라 놓인 짧은 다리엔 희미한 불빛이 반짝인다.


날이 갈수록 불빛은 희미해지지만 왠지 그 모습이 위로가 된다.


걷기 좋은 날씨가 되면 공원으로 향한다.

몰래 위로를 얻던 다리도 지나고, 공원을 바라볼 때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던 나무도 지난다.

목적지 없이 다리가 아파올 때까지 걷고 또 걷다 보면 시원한 바람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런 날을 위해 만든 플레이리스트의 재생이 끝나면 나는 전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된다.


희미한 불빛으로 조용히 위로해 주는 공원을 닮아,

조금 더 안정되고, 침착한 사람이 된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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