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 발자국 떨어져'에 대하여
세 발자국 떨어져
벽에 금이 갔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검게 죽 그어졌다
손가락으로 만지면
여전히 밋밋한 벽
세 발자국 떨어져
관망하니
아깐 발견하지 못한
그림
관점을 바꾸세요.
바카라에서, TV에서, 강의에서 참 많이 들은 말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미 한 번 굳어진 생각의 틀은 시야를 가렸고, 유연한 사고를 막았다.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창의적 관점에 좌절하고 말았다.
작은 패배감에 '굳이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볼 필요가 있나?' 하는 마음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몇 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2학년 수학 시간.
어느 날 선생님께서 네모로직 종이를 나누어주셨다.
내가 받은 주제는 '강아지'였다.
차근차근 색칠하며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마지막 칸까지 색칠을 끝내고 펜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까맣게 색칠된 칸과 하얀 종이만 보일 뿐 주제인 '강아지'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색칠한 부분이 있나?
검토를 해도 틀린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눈엔 까맣고 하얀 무언가뿐이었다.
그때 옆자리 친구가 내 종이를 보더니 말했다.
"와! 강아지 정말 귀엽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디가 강아지인 거야?"
내 말을 듣고 친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가 얼굴이고, 여기가 꼬리잖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 주자 그제야 강아지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친구의 말대로 정말 귀여운 강아지 캐릭터였다.
마침내 마주한 정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헤맸던 만큼 뿌듯함도 컸다.
까만 색칠과 하얀 종이에서 강아지를 발견했던 것처럼, 조금만 시야를 바꾸려고 노력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이렇다 할 색다른 관점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또 노력하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