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위대한 스승이다.

"신들 중에 당신과 같은 이가 없으며"

by자연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이어폰 케이스를 찾았다. 평소 습관대로 주머니에 있어야 할 케이스가 만져지지 않았다.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큰맘 먹고 비싸게 구입한 거라 충격이 더 컸다. 이미 지하철은 떠났고, 조금 전에 환승했던 버스에 두고 내린 것인지 지하철에 두고 내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생각해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일단 메모를 해두었다. 잃어버린 경위와 시간대를 기록했다. 당일은 바쁜 일들로 도저히 찾으러 갈 수 없어 다음 날로 미루었다. 다음 날 버스 차고지로 가서 찾아보았으나 허사였다. 지하철 분실물 센터 몇 군데에도 수소문해 보았으나 찾을 길이 막막했다.


​마지막으로 경찰서 분실물 센터에 접수를 해두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보았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끝났기에 더 이상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케이스는 분명히 바지 주머니에 넣었고, 그것이 빠져나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을 경험해 보지 않은 터라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사건은 일어났고, 지금의 나는 황당함을 넘어 허탈감에 빠지고 말았다.


​평소 음악 듣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터라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져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순간이 이럴까. 이제까지 이어폰과 함께해 온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동안 가요와 내가 만든 AI 음악, 그리고 성경을 듣는 일에 잘 활용하던 유용한 분신이었는데, 당분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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