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외모와 큰 키를 보지 마라 "
아내 대신 가끔 장을 본다. 서울 시내에 최근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지하철역 주변에 야채나 과일을 싸게 파는 매장이 많이 생긴 것이다. 가끔 나도 토마토와 감자, 양상추와 고추 같은 것을 사 오곤 한다. 오늘은 생선 조림에 사용할, 제일 커 보이고 먹음직스러운 무를 하나 골랐다. 검은 봉지에 담아 자전거에 싣고 왔다. 오늘 저녁 요리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에 사다 놓은 코다리가 있어 코다리찜을 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저녁을 밖에서 먹고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내 대신 아내가 요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내가 무를 자른 순간, 속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고 한다. 겉모습의 먹음직스러운 것과는 달리 완전히 먹지 못할 무였다. 고를 때 분명히 흠잡을 데 없이 매끈한 무였기에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한낱 무였기에 망정이지, 가끔은 믿었던 사람에게 겪게 되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속담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라는 말이 있다.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상대가 호의를 베풀면 쉽게 믿게 되는 것이 인간 슬롯다. 어떤 경우에는 처음부터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마음이 변해서 그런 경우도 있다.
사람을 만나보면 자신을 희생해가며 선의를 베푸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선을 베풀기보다 폐를 끼친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이번 무의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은,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으며 때로는 사람에게 속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그만큼 사람의 생각을 알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속을 줄 알았으면 사전에 조심했을 터이지만, 감쪽같이 믿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다.
사람들의 관심 역시 속마음을 바꾸는 것보다 겉모습을 바꾸는 데 더 쏠려 있다. 관심 정도가 아니다. 힘들게 벌어놓은 수천만 원의 돈을 얼굴을 고치는 데 아낌없이 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겉모습으로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서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다행스럽게도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인간과 달리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보신다고 알려주신다. 성경 인물 중 한 명인 예언자 사무엘이 사울 왕을 이을 왕을 선택할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의 외모와 큰 키를 보지 마라. 내가 그를 버렸기 때문이다. 사람이 보는 방식은 하느님이 보는 방식과 같지 않으니,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을 보지만 여호와는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사무엘상 16: 7 신세계역 성경)
하느님께서 사람의 내면을 보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내면이 겉모습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째로,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기만적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무와 수박에 속듯이 사람에게도 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적인 모습에만 치중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한 사람의 인격이란 겉과 속이 합쳐져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의사는 환자의 얼굴만 보고 병을 판단하지 않는다. 환자에게 질문하고, 그의 대답을 잘 들어야 한다. 환자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배경 지식과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듣고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상태를 알기 위해 X레이나 초음파 사진을 찍어서 확인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외면보다 내면의 모습이 훨씬 더 중요하다. 속마음은 겉과 달리 한순간에 바뀌기가 쉽지 않다. 내면을 가꾸고 성장시키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누가 대신 바꿔주기도 어렵다. 스스로 바꾸기로 마음먹지 않는 한, 내면을 변화시키는 것은 성을 빼앗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썩은 무는 요리를 망칠 뿐이지만, 사람에게 속으면 인생을 망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이 단단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겉모습으로는 일시적으로 호감을 끌 수 있다. 그러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호감은 지속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사람들과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함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감동을 준다.
사람의 외모는 시간이 흐르면 쉽게 변하지만, 내면을 잘 갖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가치는 오래 지속되며 시간이 흘러도 추억 속에 아름답게 남는다. 지금 우리가 더욱 힘써야 할 일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내면을 가꾸는 일에 쏟는 것이다. 그것어야말로 진정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은 깊은 물과 같지만, 분별력 있는 사람은 그것을 길러 낸다. (잠언 20:5 신세계역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