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어치가 가치를 말해줄까?

들깨

by서람


“왜 소고기가 돼지고기보다 비싸요? 돼지고기가 더 고소하고 맛있는 것 같은데.”


어린 시절, 밥상머리에서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였다. 그때 나는 주로 국거리로 먹던 질긴 소고기보다 양념에 달달 볶은 제육볶음이나 김치찌개 속에서 골라 먹던 돼지고기가 훨씬 맛있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던 내게 어머니는 무심히 답하셨다.


“소가 돼지보다 귀해서 비싸단다.”


다 같은 고기인데 왜 값 차이가 그렇게 큰지, 언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모든 게 부족하던 시절, 입안에 들어가면 눈물 나게 다 맛있는 고기인데 말이다.


이런 호기심은 찬장 한구석에 놓인 기름병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참기름은 왜 들기름보다 훨씬 비싼 걸까. 고소함으로 치면 들기름의 묵직한 풍미가 참기름의 선명한 향에 전혀 뒤지지 않은데, 늘 귀하게 대접받는 건 참기름이었다. 내 입맛과 달리 들기름은 평범한 취급을 받았다.

어른이 되어 세상의 이치를 좀 더 깨닫고 나니, 참기름과 소고기가 사람 몸에 더 유익해서 비싼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식탁에 오르기까지 인간이 감내해야 하는 시간과 수고의 무게 때문이었다.

소는 사람을 닮아 열 달 가까이 한 마리의 새끼만 품는다. 그렇게 태어난 송아지가 소고기가 되기까지는 수년간 사료를 먹이고 관리해야 한다. 참깨 역시 밭의 귀족이다. 기후에 워낙 민감해 가뭄과 장마에 픽픽 쓰러지기 일쑤고, 시기별로 손도 많이 간다. 소고기와 참깨에 높은 가격표가 붙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다.

반면 돼지는 한 계절 남짓한 임신기간을 거쳐 한 번에 열 마리 안팎의 새끼를 낳는다. 더구나 반년이면 제 몫을 할 만큼 자란다. 들깨 역시 마찬가지다. 가뭄이 오면 오는 대로, 장마가 지면 지는 대로 척박한 땅에서도 악착같이 버텨낸다. 특유의 거친 향으로 해충의 접근도 막아내며 자라니 이보다 고마운 복덩어리가 따로 없다. 결국 돼지고기와 들깨의 높은 가성비는 자연과 생산방식이 선물한 축복이었던 셈이다.


인간 슬롯도 이와 닮았다. 세상은 화려하게 포장되거나, 다루기 힘든 사람에게 더 높은 몸값을 매기곤 한다. 반면 아무 데서나 불평 없이 적응하는 사람, 자기 자리를 지키며 주변을 이롭게 하는 이들은 당연하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물론 낮은 몸값이 본질적인 가치까지 낮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나 역시 사람을 대할 때 겉으로 드러난 능력이나 조건에 먼저 마음을 빼앗겼던 적이 있었다. 세상이 매긴 값과 그 사람의 가치를 혼동하며 살아온 셈이다.

들깨는 몸값이 낮다고 해서 결코 식탁의 변방에 머물지 않았다. 자신의 방식으로 그 사실을 증명해 왔다. 참깨가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바로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기 아쉬운 채소, 깻잎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향이 강하다며 꺼리는 이 이파리를 우리는 쌈 채소와 장아찌, 탕 요리에 두루 활용하며 다양하게 즐긴다.

깻잎은 제 몸을 찢어 진한 향과 함께 초록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삼겹살 옆의 쌈 채소로, 도시락의 장아찌로, 그리고 뜨거운 국물 속에서 향긋한 향으로 녹아든다. 그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 깻잎 없는 식탁은 서운해진다. 세상의 요란한 중심은 아니더라도, 깻잎처럼 자기 향을 지키며 하루를 채우는 이들이 세상을 묵묵히 지탱한다.


들깨는 참깨보다 비싸지 않다. 그러나 구수한 들깨탕과 쌉싸름한 깻잎장아찌가 없는 식탁은 어딘가 허전하다. 우리 슬롯도 그렇다. 가장 화려한 자리에 조명받지는 않지만, 그 사람이 사라지면 비로소 시린 빈자리가 드러나는 이들이 있다.

들깨가 빠진 식탁을 떠올리다 보면, 그제야 그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된다.


들깨는 민트, 로즈마리와 같은 꿀풀과(科)이다. 참깨과인 참깨와는 상당히 다르다. 들깨 향은 가축에게도 영향을 준다. 가축이 이 향을 싫어해서 예부터 밭 주변에 심어 농작물을 보호하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잎과 씨앗 모두를 식재료로 쓰는 작물이며 조선 초기의 농서인 《농사직설》에 재배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된 작물이다.

들기름에는 올리브유보다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 함량이 높지만, 산화가 빠른 것이 단점이다. 그래서 볶음 요리보다 무침에 더 적합할 수 있다. 깻잎의 철분 함량도 뽀빠이 채소인 시금치보다 높은 편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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