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은 물고기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

by잎새 그리고

사람들은 흔히 “잡은 물고기에게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연애도 그렇고, 장사도 그렇다. 처음에는 누구보다 친절하지만 관계가 자리 잡으면 마음도 함께 느슨해진다는 뜻이다.

몇 년 사이 나는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만드는 두 사람을 만났다.

한 사람은 집을 리모델링해 준 사장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카라반을 제작해 준 사장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기억 속에서는 하나의 질문으로 남았다.

그 두 사람은 내게 '신뢰란 무엇인가'를 오래 생각하게 만들었다.


몇 년 전 집을 리모델링하게 되었다.

지인의 추천을 받은 업체였다. 집과는 조금 멀었지만, 다른 업체와 여러 번 비교 견적을 낸 끝에 결국 그 업체를 선택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여자 사장님은 상담을 맡았고, 남자 사장님은 직접 공사를 했다.

두 분 모두 과하게 친절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최고의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믿고 맡겨만 주세요."

이런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하면 필요한 만큼만 설명했고, 오히려 돈이 더 드는 선택에는 고개를 저었다.

"예쁘긴 한데 비용에 비해 효율은 별로예요. 저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부부의 그러한 태도가 이상하게 더 믿음이 갔다.

당시 우리 집은 화장실이 하나뿐이었다.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그 불편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방 하나에 격리됐고, 가족은 거실과 다른 방을 사용했지만 화장실만큼은 함께 써야 했다. 며칠 뒤 결국 아들이, 다시 아내가 차례로 확진되었다.

그 일을 겪고 나니 안방 화장실은 꼭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와 같은 요구에 다른 업체들은 모두 "됩니다."라고 쉽게 말했다.

하지만 이 사장님만은 달랐다.

실측을 마친 뒤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화장실 배관이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쉽게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즉, 실측으로는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아랫집 배관 구조를 확인해야만 확실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사가 시작되고 며칠 뒤 전화가 왔다.

"아랫집에 배관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계속 연락이 안 됩니다."

다음 날 다시 연락했더니 사장님은 안도의 한숨부터 쉬었다.

퇴근 후 저녁 늦게 다시 아파트를 찾아와 그 집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올라갔고, 경비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집주인을 만났다고 했다.

젊은 여성 혼자 사는 집이라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행히 배관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정말 일을 제대로 하시는 분을 골랐구나.'

공사 막바지에는 타일 시공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안방 화장실 타일에 얼룩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사진을 보내며 혹시 다른 제품이 들어간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장님은 곧바로 현장으로 갔다.

타일 업체에도 확인하고 직접 살펴본 뒤 우리를 다시 불렀다.

자연광이 비칠 때와 조명 아래에서 보이는 색감 차이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괜히 의심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더니 사장님은 웃으며 말했다.

"집주인으로서 당연한 거죠. 공사 끝날 때까지는 뭐든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 말은 아직도 기억난다.

공사는 아주 만족스럽게 끝났다.

집을 보러 온 사람마다 리모델링을 어디서 했느냐고 물었고, 친구들도 업체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사장님께 추천을 해도 되겠느냐고 여쭤봤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멀리까지 가면 공사 품질을 바카라임지기가 어렵습니다. 죄송하지만 가까운 업체를 알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순간 조금 놀랐다.

소개를 받으면 대부분 고맙다고 하고 흔쾌히 계약을 성사시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분은 일을 늘리는 것보다 일을 적합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바카라임에 대해 먼저 생각했다.

그 당시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알지 못했다.


1년쯤 뒤였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큰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을 위해 주말마다 가족과 쉬어 갈 작은 공간을 하나 마련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카라반 제작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

몇몇 업체를 둘러보던 끝에 한 사장을 만났다.

그는 리모델링 업체 사장과는 정반대였다.

멀리서부터 걸어 나와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았고, 아이에게도 연신 말을 걸었다.

그가 제시한 가격은 경쟁력이 있었고, 심지어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그 말에 내 마음이 스르르 움직였고, 고심 끝에 이 업체에서 제작하기로 결심을 했다.

하지만 계약이 시작된 뒤부터 조금씩 불편한 일들이 생겼다.

계약 당시 이야기했던 내용들이 하나둘 달라졌다.

처음에는 준비할 것이 많지 않다고 했지만, 계약 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준비를 해야 하는 일들이 계속 생겼다.

일정도 조금씩 바뀌었고, 최종 검수를 하러 갔을 때는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결국 잔금 문제로 언성이 높아졌고, 배송도 약속된 시간보다 늦어졌다.

이후 미처 마무리되지 않았던 부분은 보완해 주었지만, 약속이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됐다.

그때부터 계약 전 느꼈던 신뢰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종적인 하자 보수가 거의 마무리되어 갈 무렵이었다. 사실 보수할 부분은 더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 건강을 위해, 그쯤에서 하자 보수도 끝내기로 했다.

아무튼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먼 거리에서 몇 번이고 오가며 작업하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사장에게 한마디 건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얼굴은 이래 보여도 신용 하나로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순간 목까지 말이 차올랐다.

'그 신용을 혼자 다 말아드셨네요.'

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사장의 신뢰를 깨뜨리는 행동에 끝까지 따지고 들었을지도 모른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 왜 처음과 달라졌는지, 왜 그렇게 자신 있게 말했는지를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큰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몸도 회복 중이었고, 무엇보다 마음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했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내 삶에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을 바꾸기 위해 시간과 감정을 쓰기보다, 그 에너지를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쓰기로 했다.

그래서 더 말하지 않았다.

그날 내가 지킨 것은 침묵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이제 두 사람의 얼굴은 선명하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일을 마무리하던 모습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한 사람은 공사가 끝난 뒤에도 끝까지 바카라임졌다.

다른 한 사람은 계약이 끝나자 관계도 함께 끝난 듯했다.

그때 비로소 '잡은 물고기에게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렸다.

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은, 이미 잡은 물고기에게도 미끼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관계의 시작은 친절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관계를 오래 남기는 것은 친절이 아니라 바카라임이었다. 내가 만난 두 사람은 그것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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