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믹스의 변신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창문을 열어놓고 지냈는데, 이제는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찬 공기가 먼저 들어온다.
계절이 바뀌는 건 참 빠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괜히 한 해가 끝나가는 기분이 든다.
올해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갈 줄은 몰랐다. 분명 이것저것 하긴 했는데, 막상 돌아보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회사를 그만두었고, 쉬기도 했고, 새로운 걸 해보기도 했다. 글도 쓰고, 요리도 하고, 영상도 만들어봤다. 그래서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거리의 가로수가 붉게 물들어갈 때까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조급해하지 말자고 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고 했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천천히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가면 된다고.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마음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직 찾지 못한 답을 들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걸 바라보고 있으면,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다 찬장에 오래전 사다 놓은 호떡믹스가 눈에 들어왔다. 찬 바람이 불면 으레 호떡 생각이 나지만, 막상 반죽을 치대다 보면 손에 질척하게 묻어나 귀찮은 일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문득 시나몬롤이 생각났다. 만들기도 편하고 보관하기도 편하니 호떡보단 나을 것 같았다.
1. 호떡 믹스에 들어있는 반죽 가루와 이스트, 계란, 녹인 버터, 따뜻한 물을 넣어 섞는다.
2. 반죽을 치대 동그랗게 만들어 랩을 덮은 후 1시간 휴지 시킨다.
3. 동봉되어 있던 잼믹스, 상온 버터, 시나몬 가루를 섞어 소를 만든다.
4. 부푼 반죽을 꺼내어 밀대로 밀어 네모나게 만든다.
5. 밀린 반죽 위에 섞어둔 소를 골고루 펼친다.
6. 돌돌 만 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7. 자른 반죽을 30분간 더 휴지 시킨다.
8.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180도 12~15분 구워준다.
반죽을 네모나게 펴고 설탕과 시나몬을 넣은 소를 듬뿍 발랐다. 돌돌 말아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팬에 올렸다. 정석 베이킹 레시피도 아니고 모양도 어딘가 어설프지만, 에어프라이어 안에서 빵이 노릇하게 부풀어 오르자 집 안에 달콤한 시나몬 향이 가득 퍼졌다. 이런 냄새를 맡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완성된 시나몬롤 하나를 접시에 담고 따뜻한 커피를 내렸다. 갓 구운 빵을 반으로 가르니 안쪽에 잘 녹아든 설탕과 시나몬이 흘러나왔다. 한입 베어 물었다. 폭신하고 달콤하다.
정답을 찾은 것도, 앞으로의 방향이 명확해진 것도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 따뜻한 빵 하나를 내 손으로 만들어 먹었다. 어느 바카라에선가 읽었다.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일수록 하루에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스스로 완성해 내는 경험을 만들라고.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일들은 일단 놓아두고, 당장 내 손이 닿는 작은 일에 집중하라는 이야기였다.
어떤 날은 조급해하고, 어떤 날은 괜찮은 척하고 또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찬 바람이 불면 자연스레 따뜻한 걸 찾게 되는 것처럼,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나 만들면 된다.
따끈한 시나몬롤 하나와 커피 한 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아직 내가 찾지 못한 답이 있다는 사실도 잠깐은 잊어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