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마세요!
1. 최근 한 물류기업 임원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들 ‘자정 주문마감, 익일 도착보장’, ‘주 7일 배송’을 한다는데 우리도 따라가야 하느냐는 고민이었죠. 제 답은 ‘그러지 마세요’였습니다.
2. 이미 큰 비용을 들여 규모를 만든 경쟁사들이 있습니다. 쿠팡은 논외로 하더라도, CJ대한통운을 필두로 택배 네트워크를 가진 주요 물류기업들이 쿠팡 수준의 빠른 물류 서비스를 만들어 외부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11번가, 지마켓, 토스쇼핑 등에서는 이들의 서비스를 바탕으로 ‘자정 마감, 익일 도착보장’이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3. 후발주자가 비슷한 서비스로 경쟁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원가와 서비스 경쟁력을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한 단계 뒤처진 서비스를 만드느니 전장을 바꾸는 편이 오히려 현명합니다.
4. 이 기업은 강력한 국제물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는 해외 진출을 원하는 모노 브랜드가 많습니다. 국내에선 이름이 덜 알려졌어도 해외에서 먼저 성과를 낸 브랜드도 적지 않죠. 이들에게 해외로 나가는 다리를 놓아준다면 어떨까요.
5. 물론 국내 서비스에도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직접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익일 도착보장 풀필먼트를 이미 만들어 놓은 물류기업과의 연대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물류는 이들에게 맡기고, 이들이 이미 모아놓은 브랜드를 해외로 내보내는 일에 집중하는 구조입니다.
6. 그러려면 해외 수요와의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국내 기업과의 도착보장 제휴가 아니라, 한국 상품과 브랜드를 필요로 하는 해외 플랫폼과의 제휴입니다. 그 수요가 해외 셀러라면 B2B 도매몰의 형태가 될 것이고, 해외 소비자라면 현지 트래픽을 가진 플랫폼과의 제휴가 될 것입니다.
7. 차별화 없는 연합은 하청이고, 연합 없는 차별화는 고립입니다. 남들이 못 하는 구간을 쥐고, 그걸 들고 연합에 들어갈 것. 그게 혼돈의 이커머스 판에서 물류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