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와 IP 커머스
1. 부산역에서 걸어서 닿는 북항 해변공원에 상어가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부캉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줬죠. 처음엔 위험한 상어를 어떻게 바다로 돌려보낼지 다들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사람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이 상어를 보겠다고 추석 연휴 동안 40만 명 넘는 인파가 몰렸습니다.
2. 상어가 처음 나타난 건 9월 18일 금요일. 주말이 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언론도 앞다퉈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이 다시 열린 21일 월요일, ‘아기상어’ 노래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 주가는 전일 대비 6% 넘게 뛰었습니다.
3. 누군가는 ‘국장 수준’이라며 혀를 찼습니다. 북항에 나타난 상어와 노래 속 아기상어가 무슨 상관이냐는 거죠. 마치 드래곤볼 작가가 세상을 떠나자 완구회사 ‘손오공’ 주가가 오른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4. 그런데 정말 아무 상관이 없을까요? 상어가 나타난 다음 날부터 21일까지. 북항이 있는 부산 동구 CU 점포에서 아기상어 상품 매출이 전주보다 33% 늘었습니다. 죠스바와 고래밥 매출도 각각 28.4%, 21.6% 올랐습니다.
5. 이 소식을 세상에 알린 건 CU였습니다. 2022년 부산시와 ‘아기상어 고향’ 협약까지 맺은 핑크퐁은 정작 조용했습니다.
6. 핑크퐁이라고 가만히 있고 싶었을까요. 굿즈(MD)가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회사입니다. 다만 언제 바다로 돌아갈지 모르는 자연산 상어에 맞춰 움직이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을 겁니다. 반면 CU에게는 사람이 몰리는 현장 바로 옆에 점포와 재고가 있었습니다.
7. 한편, 북항 해변공원 앞 이디야커피에는 ‘이디야 죠스점’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이디야커피는 발 빠르게 AI로 만든 상어 이미지를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사람들은 ‘죠스바 메뉴라도 만들어 달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8. 하지만 마케팅은 며칠이면 따라붙어도, 상품은 그렇지 못합니다. 아기상어나 죠스바 같은 특정 브랜드 IP를 입힌 메뉴라면 더더욱요. IP 홀더와 협의가 필요하고, 이에 맞춘 상품개발과 원재료 공급에도 시간은 걸립니다. 마침 이디야는 산리오와 콜라보 중이었는데, 역대급 인파가 몰린 매장에는 아기상어 대신 ‘쿠로미’가 있었습니다.
9. IP 커머스의 기회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회를 돈으로 바꾼 건 결국 물류를 가진 쪽이었습니다. 언제 올지도,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거대한 수요. 우리는 그 앞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한 공급망을 가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