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달콤한 보상 같은 도시
14년 7개월. 퇴사를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출근한 날, 바카라상 서랍을 비우는데 생각보다 짐이 없었다. 이 오랜 시간의 흔적이 종이백 하나라니. 허무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한 묘한 기분으로 회사를 나섰다. 그리고 3일 뒤, 나는 마카오행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열네 해를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은 이제 지겹고, 가깝지만 유럽 느낌 나고, 가성비 좋은 리조트에서 공주 놀이나 하다 와야지. 그렇게 선택한 곳이 마카오였다. 호텔 로비에 들어섰을 때, 천장에 그려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깐 멍했다. 가짜 하늘인 걸 알면서도 예쁘다고 느끼는 내가 조금 우스웠지만 퇴사 직후의 나에겐 가짜 하늘 아래서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체크인하고 킹사이즈 침대에 대자로 누워 세 시간을 잤다. 알람도 없이, 내일 출근도 없이 잠에서 깬 오후 네 시의 기분. 이게 바로 자유라는 건가 싶었다.
마카오는 중국 남부 해안에 붙어 있는 작은 특별행정구다. 홍콩에서 페리로 한 시간. 면적은 서울의 이십분의 일도 안 된다. 이 작은 땅에 400년이 넘는 포르투갈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다. 1557년부터 1999년까지, 포르투갈 제국 최후의 직할지. 유럽 열강이 아시아 곳곳에 남기고 간 것들이 있지만, 마카오만큼 오래 머문 곳은 드물다. 4세기가 넘는 시간은 흔적이 아니라 체질을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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