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두드리는 깊은 감동 앙코르와트
새벽 다섯 시, 손전등 하나 없이 앙코르와트에 들어간 적이 있다. 앞사람의 등만 보고 걸었다. 돌바닥이 울퉁불퉁해서 두 번이나 비틀거렸고 어디선가 벌레 소리가 들렸다. 눈이 어둠에 적응할 무렵, 해자 너머로 하늘이 아주 천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머리보다 빠르게.
어떤 여행은 기억이 금방 휘발되어 도시 이름조차 가물한 여행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여행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유난히 더 기억에 남고 생생한 곳들이 있다. 물론 그 기억은 그때의 날씨와 기분, 함께한 사람들에 따라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고 흐릿하게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똑같은 지역을 출장 다녀온 팀원들끼리도 이야기하다 보면 각자 선호하는 호텔이, 식당이, 관광지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신기했던 적이 있다. 개인의 취향 차이이기도 하겠지만 날씨, 기분, 누구와 동행했는지까지 모든 것들이 종합된 결과 값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유난히 기억에 두고두고 남는 여행지는 여전히 씨엠립이다.
대학생 때부터 회사원이 된 지금까지 목적은 다 달랐지만 총 3번의 씨엠립을 방문했다. 신기하게 대학생 시절의 씨엠립 여행은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당시 거리의 풍경, 숙소의 위치, 침대의 모양과 방의 구조, 심지어는 조리를 신고 다녀 발바닥에 베어버린 흙냄새까지도 기억이 생생하다.
태국에서의 동계 어학연수가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대학교 동기들과 2월에 방문했던 씨엠립은 기대이상으로 좋았던 여행지였다.
10$짜리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며 가이드도 없이 아침부터 바지런히 돌아다녔다. 각자 하나의 유적지를 고르고 바카라을 읽고 공부를 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의 여행을 했는데 아직도 '자야바르만 2세'라는 왕의 이름이 기억날 정도면.. 잊지 못할 여행이었음에 분명하다. 지금 생각하면 10$짜리 방에서 왕의 이름을 외우던 스물둘의 나는 꽤 진지했다. 물론 지금의 나는 여행에 대한 열정, 타문화에 대한 호기심.. 그 진지함이 그때만큼 남아있진 않는 것 같다.
씨엠립은 세계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앙코르와트[1]를 비롯하여 앙코르톰, 따프롬[2]등 거대한 앙코르 유적군이 남아있는 도시이다.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자들은 이 거대한 유적도시를 둘러보기 위해 시내에 숙소를 잡고 앙코르와트 입장권을 사서 적게는 며칠 길게는 일주일 이상 머물며 관광을 한다.
내가 2월의 씨엠립을 추천하는 이유는 봄이 시작되기 전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