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방치된 자유와 무질서
지하철역 출구를 나와 인도 위를 걷다 보면, 횡단보도 모퉁이나 보도블록 한복판에 위태롭게 엎어져 있거나 비스듬히 세워진 알록달록한 전동 킥보드들과 마주친다. 정해진 거치대(Dock)도, 거둬들이는 주인이 보이지도 않는 사물들. 이들은 도시의 혈관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표류하다가, 사용이 끝나는 바로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다. 스마트폰 앱의 QR코드를 인식시키는 몇 초의 행위로 가동되는 이 이동성. 거점 없는 '도크리스(Dockless)' 시스템은 도시인에게 목적지까지의 이른바 '라스트 마일(Last Mile)'을 완벽하게 단축해 주는 최첨단 문명의 편리로 다가온다. 그러나 사용자가 떠나간 길 위에 남겨진 킥보드는 소유에서 접속으로 이행한 도시가 치러야 하는 무질서와 바카라임 유예의 실상을 씁쓸하게 증명한다.
과거 도시 이동 수단의 핵심은 '소유'와 '정돈된 거점'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외출한다는 것은 목적지에 도착해 체인을 기둥에 감아 물리고, 돌아오는 길까지 사물의 안위를 스스로 바카라임져야 함을 의미했다. 그러나 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은 사물을 소유하는 대신 잠시 권한만을 빌려 쓴다. 거치대가 없는 자유는 도시인을 이동의 번거로움으로부터 구원한 듯 보인다. 내 집 문앞에서 킥보드에 올라타고, 목적지 건물 바로 앞에서 하차하여 손가락 하나로 미션을 종료하는 편리함. 소유의 의무가 제거된 자리에 남은 것은 오직 '순수한 이동의 감각' 뿐이다.
문제는 사물과의 관계가 접속으로 일회화되는 순간, 사물을 둘러싼 도덕적 통제와 바카라임감 역시 함께 휘발된다는 점이다. 빌려 쓸 때는 '나의 유용한 다리'였던 킥보드는, 이용 종료 버튼을 누르는 찰나 타인의 통행을 곳곳에서 방해하는 '길 위의 이물질'로 격하된다. 점자블록 위를 무자비하게 가로막거나 상점 입구에 내팽개쳐진 사물들의 모습. 이는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타인에 대한 시민적 배려가 철저하게 유예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킥보드를 아무렇게나 내버려 두고 돌아서는 사용자의 가벼운 뒷모습은, 편리함만을 취하고 그 뒤에 남겨지는 부산물과 무질서는 도시라는 불특정 다수의 공공성에 떠넘겨 버리는 현대 도시인의 은밀한 이기심을 반영한다.
이 도크리스 이동성이 선사하는 '길 위의 방치'는, 감각을 사유화하려는 도시인의 방어기제가 공공 공간과 충돌하며 빚어내는 파열음이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헤드폰으로 자신의 오감에 쉼터를 구축했지만, 정작 신체가 발을 디디는 보도블록이라는 공공의 영역은 무바카라임하게 파편화한다. 사물을 소유하지 않기에 아끼지도 않으며, 거점이 없기에 정돈할 의무도 느끼지 않는 상태. 도크리스 킥보드는 접속의 편리함이 극단에 달했을 때 도시의 유연성이 어떻게 무질서로 부패할 수 있는지를 매끄럽고도 차갑게 일깨운다.
길가에 넘어진 킥보드의 핸들 위로 주황색 경고등이 희미하게 번쩍인다. 그것은 언제든 다음 접속자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신호이자, 동시에 주인을 잃은 사물이 도시 공간에 흩뿌려놓은 슬픈 경고음이다. 사물을 갖지 않음으로써 얻은 가벼운 자유. 그러나 그 자유가 타인의 길을 가로막는 무질서의 대가로 유지된다면, 우리가 향하는 이동성의 미래는 결코 매끄러울 수 없다.
오늘도 도시인은 보도블록 위에 방치된 킥보드를 슬며시 비껴가며 스마트폰 앱을 켠다. 또 다른 사물에 접속하여 잠시 동안의 속도감을 누리고, 목적지에 도달하면 미련 없이 사물을 길 위에 던져두기 위해. 소유를 덜어낸 자리에 매끄러운 편리함과 덩그러니 남겨진 방치의 풍경을 교차시키며, 도시는 오늘도 방치된 자유의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굴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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