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와 손 소독제-무균실을 꿈꾸는 도시인의 미생물


​식당 테이블에 앉자마자 도시인이 가장 먼저 집어 드는 사물은 수저가 아닌 얇은 비닐에 싸인 젖은 수건, 혹은 호주머니 속에서 꺼낸 휴대용 물티슈다. 식탁 위에 차분하게 물티슈를 펼쳐 들고, 앞사람이나 이전 손님이 스쳐 지나갔을 상판 표면을 몇 번이고 쓱쓱 문질러 닦아낸다. 식사가 끝나기도 전, 주머니에서 손 소독제를 꺼내 펌프를 누른 뒤 알코올 향이 사방으로 번져 나가는 동안 손바닥을 싹싹 비비는 풍경 또한 익숙하다. 손끝을 감싸는 차가운 휘발성의 감각과 함께 순식간에 날아가는 알코올의 알싸한 증기. 이 반복적이고 정교한 '닦아내기'와 '소독하기'의 의식은, 타인의 흔적으로 가득 찬 도시 한복판에서 자신만의 무균실을 구축하려는 현대 도시인의 기민한 감각적 방어기제다.


​도시라는 공간은 본질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신체적 접촉과 미세한 부산물들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누적되는 거대한 오염의 영토다. 지하철 손잡이, 버스의 벨, 엘리베이터 버튼, 그리고 카페의 키오스크 화면에 이르기까지. 내가 손을 대는 거의 모든 표면에는 이름 모를 타인의 땀과 유분,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궤적이 빽빽하게 덧칠해져 있다. 과거의 도시가 가시적인 오물과 악취를 통제하는 위생 문명을 통해 발전해 왔다면, 현대의 도시는 미시적인 바이러스와 세균이라는 불투명한 공포에 맞서 개인 단위의 '감각적 방역'을 이룩했다. 물티슈와 손 소독제는 이 손에 잡히지 않는 공포를 눈앞에서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선사하는 문명적 도구다.



​타인의 흔적을 지워내는 이 강박적인 닦아내기의 행위는, 사물에 남겨진 물리적 오염을 제거하는 단계를 넘어 타자(他者)를 향한 심리적 경계벽을 세우는 기호학적 표식으로 확장된다. 타인의 체온이 아직 식지 않은 의자에 앉는 것을 주저하고, 타인의 손때가 묻은 사물을 접촉한 뒤 즉시 손을 씻어내려는 욕망. 그것은 나 아닌 다른 존재를 잠재적인 '오염원'이자 '위험 인자'로 규정하는 도시 특유의 타자 배척 심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알코올의 독한 향이 퍼져 나갈 때마다 도시인은 자신과 타인 사이에 투명하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무균의 방역선을 긋는다.


​이러한 미생물적 공포와 청결에 대한 집착은 현대 도시인의 관계망이 지닌 메마른 질감을 그대로 반사한다. 오염에 대한 지나친 민감성은 타인의 온기와 접촉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사전에 완벽히 차단하려는 시도이자, 감정적 상처와 타인의 개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막이다. 물티슈 한 장으로 식탁의 이전 흔적을 말끔히 지워내듯, 도시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어색함과 피로함 역시 한 번의 닦아내기로 깔끔하게 리셋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겉으로는 철저한 위생의 신봉자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타인의 존재 자체를 버거워하는 고독한 도시인의 외로운 방어선이 웅크리고 있다.


​손 소독제의 알코올이 수분을 빼앗아 가며 손끝이 거칠어지고 마침내 갈라질 때, 도시인은 자신이 꿈꾸는 '완벽한 무균의 삶'이 지닌 역설을 목도한다. 밖으로부터 오는 오염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독약을 바르고 청결을 가다듬을수록, 나의 피부는 점차 외부 자극에 취약해지고 면역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미생물마저 살 수 없는 결벽의 무균실 안에서, 우리는 타인과 온기를 주고받으며 생명력을 나눌 수 있는 최소한의 감각적 유연함마저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도시인은 다시 주머니 속 손 소독제통을 가만히 만지작거린다. 타인의 흔적이 가득한 이 스산하고 과밀한 도시에서, 손끝을 적시는 차가운 알코올의 소독향이야말로 나를 지켜주는 가장 직관적이고 다정한 신호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타자의 온기를 닦아내고 한 줄기 알코올 향만을 남겨둔 채, 도시인은 오늘도 무균의 안식처 안에서 차갑고 단정한 고독을 조용히 씹어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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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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