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3. 인지적 버블, 인지적 주도성

참과 거짓을 가릴 능력은 챗GPT에 의해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

by공존
이번 수행평가는 AI 써도 됩니다.


나는 영어교사로서 대략 10년 전부터 파파고라는 AI 번역 프로그램을 보고 학생들의 영작 능력에 심각한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체감했다.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가 나오기 전의 세상은 이랬다. 영작 에세이 과제가 전달되고 일주일 뒤면 아이들이 복도에 나란히 줄을 서서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적은 영어 문장을 보여준다. 영작 에세이 수행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각자가 영작해온 것을 교사에게 첨삭받는 것이다.


한번 휘 둘러보면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 고등학생인데도 일부 아이들은 be동사와 일반동사를 함께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잘못 받아적어오다보니 스펠링이 틀린 구석이 꽤 많다. 이런 아이들을 서너명 봐준 다음 종이 울리면 다음 수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AI 번역 프로그램들의 등장과 함께 이런 풍경은 즉시 사라졌다. 아이들은 파파고를 통해 추출한 영작 문장들을 스스로 외워왔다. 때로 그것들은 교사보다 정확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이들의 영작 능력을 발달시켰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파파고 등 AI 번역기는 문장의 구조를 비교하고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변환하는 사고 과정을 아이들의 인지체계에서 벗겨냈다.


그래서 몇해 동안은 수업 방식을 바꾸어보기도 했다. 수업 중에 AI의 도움 없이 (10년쯤 전엔 수업 중에 스마트폰으로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영작 과제를 수행하고, 그것을 발표하고, 드러나는 아이들의 문법 오류를 첨삭해주었다. 이 수업은 몹시 성공적이었으며, 아이들은 캔디와 수행평가, 생기부 보상, 자신의 영작 능력 향상이라는 복합적 혜택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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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는 모든 문제를 관찰하고 검토하고 증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가르치는 사람. 고등학교 영어교사. 교육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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