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을 버릴 땐, 이야기를 만들어줘야겠다.

크래프팅의 창의성 확산에 있어서 내러티브의 중요성

by공존


"흠."


분리수거를 마쳐갈 때 쯤 박스에 남은 점토 장난감을 보았다. 아내가 버렸구나. 하릴없는 일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하루 하루 장난감, 소품, 교구들과 씨름하는 일이다. 아이는 다이소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클레이를 잔뜩 골라서 장바구니에 담아, 바코드도 삑삑 자기가 누르고 카드를 쥐어주면 그걸로 결재 뒤 영수증까지 뽑아온다. 간혹 영수증 출력 안함을 탭해, 종이가 나오지 않으면 "영수증은?"이라 물을 때도 있다. 그런 뒤에 집에 와서 조물조물. 지금 딱 그런 나이다. 한동안 빠져있던 티니핑 점토 만들기 세트도 분명 다이소에서 샀던 게다. 그래서 주말에 외출을 하면 클레이 덕에 시간은 잘 간다.


물론 아빠는 열정적으로 함께 해주어야한다. 그러니까 동반육아에서의 역할분담은 이런 식이다. 한쪽은 뭐라도 더 나은 게 있기 마련이니, 엄마가 더 잘해주는 것은 엄마가, 아빠가 더 잘하는 것은 아빠가. 아이의 손으로는 아직 조형의 비율이라거나 세심함이라거나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만든 것에 만족을 못한다. 그러니 아빠가 해서 아이의 성과물에 보탬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날도, 하츄핑과 오로라핑 세트였는데 캐릭터 만들기는 눈알만 완성하고 아이가 포기. 자기의 뜻대로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갑갑해한다. 대신에, 남은 클레이들을 가지고 이런 저런 모양을 만들어주니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여기서 나는 약간의 흥미로운 변형을 가했다. 이 부분은 의미있는 지점이므로 별도로 조금 강조하자면, 이왕이면 표정을 만들 것이므로, 하나 하나의 감정을 달리했다. 처음 만든 노란 토끼는 웃는 얼굴. 여기까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다음 빨간 토끼는 화난 얼굴. 그리고 마지막 파란색 인형은, 귀의 모양도 달리 해서 토끼가 아닌 다른 동물을 생각하고 귀를 돌글게 만들었고 파란색이니, 우는 얼굴.


여기에 아이의 창의력이 더해진다. 반년 전부터 이름 붙이길 제법 좋아한다. 종이를 꺼내 오리더니, 하나 하나 이름을 작명해서 테이프로 붙인다. 이렇게 세마리의 클레이 인형이, 그날 카페에서 한시간 가량 역할을 다하고, 아이의 뇌리에서 잊혀진 뒤, 집에 와서 몇일 뒤 버려지게 된 것이 이야기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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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는 모든 문제를 관찰하고 검토하고 증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가르치는 사람. 고등학교 영어교사. 교육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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