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너를 내 앞에 가져다 놓는다

#893

by조현두

바스락 거리며 마른 것들이 가까워지고

텁텁한 숨소리차던 시간은

대낮에 뜬 달의 모양 만큼 멀겋다

아니 처연하다


가진 적도 없이 잃어버린 것이 있다

어릴 적 사랑이 그러한 것일까

발치에 머물던 바람에

조용히 물어보지만 대답은 없다


구름은 말을 하지 못해서

올려다보며 너의 안부를 물어봐도

옅은 대답조차 남겨둘줄 모른다

그저 나만 우스운 그리움을 남긴다


말 못하는 것들에게

나는 오늘도 많은 말을 하였다

계절이 가져다 둔 것에 대하여

어찌할줄도 모르고


요즘 난 니가 날 보며 웃던 때를

자주 떠올린다

니가 날 부르던 목소리가

그 웃음에 묻어오는 것 같기만하다


그 까닭 먼 산 너머

가벼운 바람이 불어오고

지평선 넘어 해는 사라져도

하늘은 여전히 밝은 탓으로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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