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증명하면 어디에 써먹나요

#865

by조현두

어른들의 어울림은 끊임 없는 증명의 투쟁입니다

자기가 얼만큼의 업적이 있는지 나에게 말합니다

자기가 얼만큼의 세금을 내는지 내게 말합니다

자기가 돈을 어떻게 얼마나 벌었는지 여러번 말합니다

어떤 배급을 기다리는 가난한 슬롯를 보는 것 같습니다

대체 내게 무얼 기다리는 것일까요

어찌 내 부끄럽고 비루한 삶도 나눠줄 것이 있다니

한편 조금 뿌듯하기도 합니다


친구들이 어른이 되어간다고 느낀건 그 어디즈음이였습니다

어디에가면 무엇이 맛있다

어디가면 무엇이 좋다

가족과 어떤 일이 있었다

내가 어떤 멍청한 일을 저질렀다 이야기하던 친구들도

모두 언젠가

어른들처럼 자신을 증명하려는듯 이야기하더군요


이쯤 살다보니 오직 나와 어딜 같이 가자고 이야기 한 사람들만이

아직 친구로 남았습니다


나는 오늘도 동네 놀이터에 몰린 아이들을 봅니다

겨우 골반 언저리 높이에서 풍겨오는 꼬마들의 정수리엔

선한 냄새가 풍깁니다

꼬마들은 초콜렛이 맛있다며 나눠먹습니다

그러곤 저가 더 많이 먹겠다며 뺏으려고도 합니다

깔깔 웃는 꼬마들은 누가 하나 뜀박질하면 너도 나도 같이 뜁니다

앞에만 따라가는 날벌레들 같습니다

그러고는 오늘은 당근을 많이 먹은 이야길 합니다


이 꼬마들은 삶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놀이터에 모인 이 아이들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난 놀이터 벤치에 걸터 앉아 삶을 증명하면 어디에 써먹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모여 삶을 치열하게 증명하는건 분명 어디 써먹을때가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그 일이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까 생각해봅니다


초록의 사이에서 매미소리가 시끄럽기만 합니다

매미가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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