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4
분명 늙었다기엔 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젊다기엔
벚꽃잎처럼 가볍던 시절은 이제 남지 않았다
내 삶은
한 차례 소나기가 세차게 지난 뒤
가지를 한 껏 늘어뜨린 나뭇잎을 닮아간다
아마도 뜨거운 여름 볕에 기대어
천천히 숨고르다보면
바짝 말라버린 초록은 짙어지리라
마치 여름이 깊어가는것처럼
내 삶은 어쨌든
내가 원해서 만들어온것으로 이루어졌다
어쩔 수 없다는 그 선택들조차 내가 원한 것일테지
이름 모를 우물처럼 깊어지는 계절의 끝에
뒤를 돌아볼 기회가 있더라도 알 것 같다
난 이렇게 살아오길 원했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는 것
그래도 알아야지
난 이렇게 살아오길 원한게 분명 맞을테니까
그게 참 쉽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