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미루었던 일

#846

by조현두

남 모르게 앓던 일

- 아니 어쩌면 남도 알았을지 모른다


혼자 이리두고 보았다

저리두고 보았다

굴려보았다

덮어보았다

멀리 두고 보았다

가까이 품어보았다


도저히 어찌 할 재간이 없어

- 아니 어쩌면 용기가 없었을지 모른다 내가 비겁한 자라는 것을 마주할 용기

혼자 어찌할 수 없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 어려움을 털었다

그리고 그 조언을 따랐다

난생처음

- 아니 난생처음은 아닐진데 어쨌든 기억엔 없다


그리고 무얼할지 결정은 했다

다만 오래 미루었다

이것조차도 비겁했다


그 오래 미뤘던 일을 했다

배롱나무 꽃피기 전에 하고 싶던

- 아니 하고자 했던 일들

- 아니 해야만 한 일들


상처주는 일이 될까란 핑계로

미루고 미뤘던 미련은

자격 없는 자라는 성스러운 도장을 받아들었다

- 아니 받아들였다 이제서야


오늘은 울며 웃었다

정말 나는 필요 없는 인간이 되었기에

울었고

이제 정말

빈 우편함만 뒤져보겠거니

너털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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