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5
남해로 내려온 것은 잘한 일입니다
하늘과 바다가 서로의 몸을 섞지 않기로 결심한 듯
-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 마냥
단호하게 그어놓은 저 푸른 선 앞에
그대와 나는 한 장의 얇은 종이가 되어 눕습니다
잔 속에서 얼음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는
어느덧 소울 음악의 베이스 리듬과 뒤섞여
고요한 정오의 한가운데로 우리를 밀어 넣고
지천에 핀 금계국은노란 손수건처럼 흔들리며
우리가 밀어두고 온 우려를
먼지처럼 털어냅니다
선한 윤슬이 바다의 살결마다
보석처럼 박히는 동안
당신의 숨소리는 남해의 파도소리를 닮아갑니다
우리는 이 명쾌한 볕 속에서
비로소 없어도 되는 것들을 잊어가는 중입니다
아니 이제는 없어도 되는 것들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그대와 나
지금 이 빛나는 노란빛 안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