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5
가계부를 덮고 방을 나선다
이익과 손실을 나누던 자는 문밖의 눈 속에 묻기로 한다
더 좋은 삶을 고르는 일은 이제 그만두기로 한다
다만 전혀 다른 생의 살 냄새를 맡으러 가기로 한다
수소와 산소로 흩어져 살던 명사들이
서로의 가슴팍에 깊게 박혀 물이 되는 시간
나눌 수 없는 최소의 단위로 묶여
한 방울의 무게로 바닥에 떨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이전의 투명한 고독을 잃어버린다
이것은 우열을 가리는 관광이 아니라
돌아갈 배를 태우고 닻을 내리는 이주
퇴로가 끊긴 절벽 위에서만
비로소 서로의 눈동자가 깊은 우물이 된다
작은 손이 내 셔츠깃을 꽉 쥐어올 때
나의 자율은 저물고 무거운 천직이 떠오르나니
비합리적인 투신이 가져다준 이 고요한 묶임
이제 더는 선택하지 않아도 좋다는
돌이킬 수 없는 자들의 마지막 영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