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침전한 후기

#828

by조현두

나그네의 모든 원칙이 파멸적 파도 앞에서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릴 때

그것은 추락이 아니라

세속의 언어는 다루지 못하는 가장 거대한 실존적 사건이었다

결국

그는 이제 스스로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고백하는 부랑자에 불과하다


나그네는 붕괴의 순간에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였다

우리가 서로를 미친 듯 탐닉하며 영혼을 제물로 바쳤던 시간들

내일이 없는 이들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영원이 오직 그 살을 에는 듯한 통격뿐이었기에

당신의 피부에 새겨진 나의 흔적들은 상처가 아니라

우리가 같은 비극에 휩쓸렸음을 증명하는 단 하나의 인장이었습니다


가라앉는 바다에선 그 소리가 들리리 없었다

그저 깊은 침묵의 틈바구니에서 서슬퍼런 울음만 마치 외침처럼 들렸다


나그네는 바닥으로 침전하는 순간 생각했다

모두가 파괴 될 필요는 없다

그는 가장 지독한 방식으로 동행자 밀어내며 혼자 침몰하기를 택했다

그것은 삶이라는 거대한 재난 속에서

그가 행사할 수 있었던 유일하고도 절망적인 사랑의 제례가 되었다

그 저주로 나그네는 누군가를 잊는 법보다

찰나의 찬란한 진심을 그리워하는 법을 먼저 배운 듯하다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그는

결고 닿지 못할 환한 수면을 올려다보며길게 생각한다

아

너의 눈동자에 반짝이던 은하수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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