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란 숲에 잠기어

#824

by조현두

세상의 풍경을 해석하고 누군가의 길을 안내하던 나의 언어들이
정작 당신이라는 숲 앞에서는 자꾸만 마침표를 잃고 헤맵니다

어떤 문장은 아무리 읽어도 그 속뜻이 잡히지 않고

혀끝에 걸린 결정들만

당신의 그늘 없이는 자꾸만 시들어갑니다

나는 길을 잃은 바람의 서툰 질문을 당신의 그늘 아래 부려놓고 싶습니다
나의 어지러운 일상이 어떻게 괜찮아질까요 당신의 품에 심어둔 평온을 바라게 됩니다

나의 반쪽뿐인 계절을 완성할 마지막 한 조각이
어쩐지 당신의 숲 속에 숨겨져 있는 것만 같아
나는 그대라는 숲의 품을 고요히 찾습니다

나의 외침은 그대란 숲에 잠기어 들리지 않겠지만
혹시 그대가 먼저 날 보거든
가만히 내 옆으로 와 내 손을 좀 잡아주세요

길 잃은 날

그대의 품으로 기꺼이 불러주세요

정말 거기에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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