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을 공유하며

#804

by조현두

당신이 잃은 것은 나도 잃었습니다

내어준 적 없는 마음의 모서리가 깎여 나가고

당신의 계절에서 낙엽이 질 때

나의 창가에도 마른 그늘이 내려앉습니다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 두 개의 그림자처럼

당신의 손바닥에서 빠져나간 온기는

나의 혈관을 타고 흘러가 차가운 침묵이 됩니다

당신의 허기가 나의 빈 잔을 채우고

당신의 부재가 나의 공간을 잠식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울고 있으나

흐르는 눈물의 성분은 문장을 공유하고

당신이 놓친 기억의 파편을

나는 나의 흉터 위에 겹쳐 보관합니다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아도 좋습니다

당신의 빈자리는 이미 나의 풍경이 되었으니

우리는 이제 각자의 소유가 아닌

공통의 상실을 딛고 함께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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