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1
나는 얼어붙은 대지의 침묵이자
빛을 머금지 못한 무채색의 계절입니다
단단하게 굳은 침묵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나는 고요한 겨울입니다
그대는 아득한 높이에서 부풀어 오른
차갑고도 포근한 하얀 눈구름입니다
바람의 결을 따라 쉼 없이 유랑하며
나의 비어 있는 품을 응시하는 존재입니다
그대가 견디지 못한 무게를 내어놓을 때
나의 메마른 살결 위로 서늘한 온기가 닿습니다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그대의 조각들은
나의 얼어붙은 심장을 덮는 유일한 수의이자 화관입니다
그대가 소멸하여 나에게 스밀 때
비로소 겨울은 이름 없는 황무지에서
그대의 색으로 물든 하나의 세계가 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끝에서 시작을 만납니다
그대가 바람의 뒤편으로 흩어진 뒤
나의 완성은 곧 치명적인 상실의 증거가 되고 맙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
너무나 절절하여
흐르지 못한 채 그대로 얼어버린 혹한의 흉터로 자리 잡을 뿐입니다
이제 나의 대지에 돋아난 고드름은 그대를 향해 뻗은 날카로운 손가락이 되었고
밤새 창가에 맺힌 성에는 그대를 부르다 얼어붙은 나의 비명이 되어 메아리치니
나는 이제 그대라는 문장 없이는 단 한 자도 읽히지 않는
그대의 흔적으로만 숨을 쉬는 결빙된 그리움의 영토가 되어 가라앉고 맙니다
그리 쉽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