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거짓말을 원한다

#795

by조현두

동토의 안식

진실은 대기에 흩뿌려진 유리 파편

숨을 쉴 때마다 폐부를 긋는 그 투명한 날카로움 앞에서

우리는 눈을 감고 서로의 혀 위에 핀 곰팡이를 꽃이라 부르네

그런 사랑이란 결국 서로의 시력을 거두어주고

가장 안락한 어둠의 농도를 합의하는 일


박제 된 계절

그들은 무너진 계절을 금실로 꿰매어 박제한다

이미 감각을 잃은 서로의 상처 위로 찬란한 허구를 덧칠할 때

손끝은 거짓의 독기에 중독되어 검게 타들어 간다

어쩌면 알고 있다

이 비단길 아래 진물 흐르는 사실들이 역류하고 있단 것을

그럼에도 상대의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밤 기꺼이 눈먼 장인이 된다

기꺼이


정교한 해부

결벽하고 정직한 메스는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다

도덕적인 해부의 완치를 원하는 사람은 애진작 죽어버렸고

차라리 기만속에서 평온하게 죽어가길 원하는 사람만 남는다

사랑스러운 무균질의 사실들은 가련한 환상을 차가운 실험대 위에 전시하니

가장 잔인하고도 성스러운 처형이라


얼어죽기로한 합의

적어도 그들에겐 진실이 삶을 자유롭게 한단 말은 방관자의 잠꼬대에 불과하다

그들은 지금 서로가 서로에게 건내는 말이

단 한구절도 진실이 아님을 완벽하게 이해하며 미소짓는다

서늘한 사실들이 바닥부터 차오르는 병동

거짓이라는 얇은 이불 한장을 나눠 덮고

서로를 끌어안은 환상통에 갇힌 채

가장 상냥한 동사를 바라며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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