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침묵에서 존중을 느낍니다

#794

by조현두

성급한 문장들이 허공을 메우지 않을 때
비로소 내 안의 소리들이 기지개를 켭니다
당신이 내어준 고요한 폭 안에서
나는 비뚤어진 생각들을 겨우 정돈합니다

섣부른 단어들의 가위로 나를 자르고 규정하는 일 없이
마침표를 서둘러 찍어 내 결론을 가로채지 않는 것
그 응축된 혀의 무게가 나에게는
세상의 어떤 수식보다 정중한 환대로 다가옵니다

말의 파편이 닿지 않는 안전한 거리에 서서
당신은 나의 서툰 호흡이 고르게 퍼지길 기다립니다
무게를 잴 수 없는 그 깊은 적막은
나의 사유가 온전히 내 것이 되도록 돕는 벽창입니다

비어 있음으로써 가득 차는 대화가 있음을
아무것도 뱉지 않음으로써 전부를 건네는 진심이 있음을
나는 오늘

당신이 고수하는 그 고요의 끝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읽어 내고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침묵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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