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간만이 만들 수 있는 것, 감동
다 드러내고 다 털어놓는 대신 감추는 마음. 그리고 그걸 알아채고 헤아리는 마음. AI 앞에서 요즘 그런 마음을 자주 생각한다. 어쩌면 문학은 AI와 반대로 자신의 무지를 아주 길게. 다양한 방식으로 고백해 온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랬다고 적었다> / 김애란 산문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넘어 마르지 않는 텍스트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제는 찾아볼 필요 없이 AI에게 물으면 순식간에 내가 좋아할 만한 답을 유려한 문장으로 좌라락 보여준다. 지식뿐만 아니라 삶의 고민, 인간관계, 갈등 상황, 내면의 목소리 등 AI와 함께 하면 언제 어디서든 빛나는 글이 넘실거린다.
이런 시대에 뭐 한다고 나까지 글을 쓰고 있을까? 읽을거리는 이미 넘쳐나고, 심지어 내게 안성맞춤인 글까지 눈 몇 번의 깜박거림 속에 생성되고 마는데 말이다. 뭐 한다고 나는 마음을 먹고, 어렵사리 시간을 내고, 자리를 잡아 앉고, 빈 화면 앞에 첫 글자를 용기 있게 밀어내며 이렇게 쓰는 일을 계속하는 것일까. 심지어 글 쓰는 게 업이 아니면서 말이다.
김애란 작가님의 산문을 읽으며 나는 미처 깊게 묻지 못했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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