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멈춰있는 여름

2026년 7월 27일 (월)의 심경

byCJbenitora

2026년 여름,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대로 된 장마 기간도 없이 와버린 폭염은 온 땅을 후끈하게 달군다. 밭에는 익어가야 할 작물들이 바싹 말라가고 있다. 중부지방은 비가 얼마간 내렸다는데 남부지방은 비소식이 없다. 향후 열흘간의 날씨를 예측해 주는 스마트폰의 날씨 앱은 구름 한 점 없는 태양 모양으로 가득 차있다.


땡볕에서 뛸 수 없으니 새벽에 조깅을 한다. 5시 즈음에 나가서 6시 30분에 들어오는 패턴이다. 알람은 4시 50분에 울리지만 실제 뛰기 시작하는 것은 5시 10분이다. 동네 운동장까지 2.3km, 가서 맨몸운동 10여분을 하고 트랙을 몇 바퀴 돌면서 3km가량 더 달린다. 마지막 바퀴째에서 속도를 조금 올렸다가 경기장을 벗어난다. 집으로 향하는 편도 2.3km를 더하면 총 8km가 된다.


원래 계획은 하절기에 달리기의 평균 속도를 올려보는 것이다. 그런데 쉬어도 쉬어도 발의 통증이 완전히 낫지 않는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심장 쪽 가슴에 통증이 있어서 등까지 뻐근해지는 경험을 했다. 급하게 순환기 내과가 있는 병원에 예약을 잡아서 심장 CT를 찍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탈이 날까 봐 무리를 하지 않으니 몸은 게을러진다. 스포츠 와치가 가리키던 3시간 39분의 풀마라톤 예상 기록이 4시간 3분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되니 작년에 비해 성장한 것이 맞는지 의심이 되기 시작한다. 긍정확언을 매일 외치고 영상으로 담는 것도 관성으로 하는 것 같고 그토록 좋아하던 바카라 읽기도 억지로 시간 내어 도서관에 가야 몇 글자 읽고 오는 수준이다.


6월에 미국에서 와서 9월 초까지 있다가는 조카들과 놀아주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고 심사활동과 컨설팅도 밀리지 않고 수행해야 하는 압박도 있다. 여러 바카라임감과 걱정 속에서 브러치스토리 글쓰기는 미뤄지고 또 미뤄진다. 당초 1주에 1번의 글쓰기 계획이 1달에 1번으로 바뀐다. 일상은 그저 똑같이 흘러가고 나의 커리어와 성취는 멈춰있다.


하지만 이 속에 희망도 있다. 꾸준히 매일을 계획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루틴 한 삶은 지루할지는 몰라도 엉뚱한 곳으로 새는 것을 막아준다. 하루에 꼭 하고 가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일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잠은 일정시간 이상 자야 하고, 조깅을 해야 하고, 일을 처리해야 하고, 아침에는 아이들 챙겨야 하고, 저녁에는 놀아줘야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루틴이 있는 사람들인데 내가 그들처럼 살고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더운 나날과 끊임없이 몰아치는 일과 바카라임감 속에서도 지금의 일상을 유지하다 보면 가을에는, 아니 내년에는 지금보다는 더 내 뜻과 맞는 삶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면 멈춰있는 2026년의 이 뜨거운 여름이 그리운 때가 올 것이다. 그때는 오늘의 하루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