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을 먹기 시작한 이유

가슴통증와 병원진료

byCJbenitora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무더운 여름의 초입이었다. 평소처럼 조깅을 하는데 심장이 저릿했다. 원래라면 힘든 훈련을 하여 심박박동이 빨라지면 나던 느낌이었다. 심장이 무리한 것이라 생각하고 쉬어주면 낫는 증상이었다. 그 당시에도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무리하게 운동을 안 하면 되니까 넘어간 것이었다. 그런데 힘들게 운동한 것이 아닌데 이렇다는 것은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장 쪽에 무거운 느낌을 계속 가지고 매일의 조깅을 이어갔다. 이틀이 지나니 운전을 하고 있는데 심장뿐 아니라 그 뒤의 등까지도 통증이 느껴졌다. 별것이든 아니든 병원에서 확인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바로 심장과 관련된 진료를 볼 것 같은 의원에 전화를 넣었다.


"심장에 통증이 느껴져서 그러는데 여기서도 이런 진찰을 보는가요?"

"아니요. 심장 통증은 순환기내과가 있는 병원에서 보셔야 해요."

"네 감사합니다."


순환기내과가 있는 중급 이상의 병원을 검색했더니 집에서 12분 거리의 병원이 검색되었다.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심장 통증으로 진료를 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예약을 잡고 그 시간에 맞춰서 해당 과로 방문하시면 됩니다. 예약해 드릴까요?"


예약 담당하는 분과 통화를 하여 가장 가까운 진료가능 날짜를 배정받았다. 그다음 주 수요일이었다. 전화한 날이 금요일이었으니 5일을 더 기다려야 했다.


'보통 의원이면 그냥 찾아가면 진료를 봐줄 텐데 확실히 종합병원은 다르구나. 설마 큰일이야 있으려고!'


그간 잘 살아왔는데 5일 기다린다고 별일이야 없겠지만 괜히 불안하게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예약 날짜가 되어 시간을 맞춰 병원을 방문했다. 예약자 이름을 말하고 혈압을 재어오라고 하는 간호사의 말대로 혈압을 재었다. 수축기 150mmHg 이완기 93mmHg 맥박수 66박/분이었다.


"원래 이렇게 혈압이 높게 나오시나요?"

"네, 5~6년은 된 것 같습니다."

"약은 드시지 않으시나요?"

"네, 운동으로 낮춰 보려고 그간 안 먹었습니다."


간호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기록지에 해당 내용을 기록하였다. 앞순서 몇 명이 지나고 내 진료차례가 되었다. 의사는 별말 없이 간호사가 적어둔 기록지 내용을 가지고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환자에게 더 자세한 상황을 물을 법한데도 그런 건 없었다. 지금도 아픔이 있는지, 혈압이 이렇게 높은 상태로 계속 지내면 왜 안되는지 정도만 말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상세한 검사를 우선 받아야 하는데 검사 예약이 차있으니 빨리 받기 위해서는 입원을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결론이었다.


생각을 좀 해보시라는 말을 듣고 진료실을 나왔다. 입원은 일 년 중 가장 업무로 바쁜 시기에 있는 지금에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당장 수술 안 하면 내일 죽는 정도가 아니면 안 될 정도가 아니면 할 수 없었다. 검사 좀 빨리 받기 위해서 입원은 안 될 것이라고 입장을 간호사에게 전하니 의사와 논의하더니 안내를 해주었다.


"입원이 안된다고 하시니 지금 가장 빨리 검사할 수 있는 날짜로 심장 CT와 초음파 검사일을 잡아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심장 CT는 다음 주 화요일 4시까지 오시고요. 초음파는 추석 연휴 전날은 되어야 가능하니 그날 오후로 잡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24시간 혈압측정검사를 위해 반지 받아서 끼고 가셨다가 내일 반납해 주세요."


간호사의 안내대로 하루 종일 반지를 끼고 혈압을 측정하고 반납하였고 일주일을 더 있다가 조영제를 넣어 심장 CT도 찍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을 계속 흐르고 심장 쪽 통증은 점점 나아갔다. CT를 찍고 다시 일주일 후 의사의 중간 브리핑을 듣는 날, 긴장된 마음으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여전히 의사는 나의 현재 상태에 대해 묻지 않았고 CT와 혈압 추적 검사 값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혈관에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데 심장 말단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9월에 초음파 검사를 하시고 최종 검사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그때까지 드시도록 고혈압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매일 아침에 드십시오."


진료실을 나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당장은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이구나! 고혈압약은 원래도 올해 건강검진받고 먹으려 했던 거니까.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운동하고 있으면 되겠다.'


걱정하며 지냈던 시간은 이렇게 끝이 났다. 통증은 자연스럽게 없어졌고 걱정하던 급사의 위험도 기우란 것이 밝혀졌다.


첫 병원 진료 후 한 달이 지나간다. 고혈압약은 매일 챙겨 먹고 있고 아침에 혈압을 재어보니 116/83 이 나온다. 최근 10년간 본 적이 없는 정상적인 혈압이다. 약을 먹으니 몸이 쳐지는 느낌이 있는 것 말고는 복용에 어려움은 없다.


최근에 만난 누군가가 그랬다.

"사람은 자기 죽을 일은 안 합니다."

언젠가 약을 끊을 날이 올 때를 기대하며 오늘도 일어나서 약을 삼킨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모든 게 멈춰있는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