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세워두면 못하는 이유는 모두 핑계가 된다

마흔여섯의 어느 날

byCJbenitora

마흔도 꺾인 지 꽤 되었다. 이제 살아온 궤적을 돌아보더라도 그리 짧지 않다.


30이 '청년의 시대가 저무는구나'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면 40은 '이제 중년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45가 넘으면 흰머리도 노안도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다. 얼굴에 할아버지 되었을 때 이렇겠구나 하는 모습도 간혹 보인다. 더 이상 젊다고 할 수 없는 주름 얼굴과 더불어 볼록하게 튀어나온 아랫배도 보인다.


누군가가 좋은 것을 제시해도 도전하지 않는 굼뜬 내가 남아있다. 목표를 향한 열정을 발산하기보다는 현실을 살아내기 바쁘다. 남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 부럽고 슬그머니 질투가 올라온다. 그렇다고 남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는 보려 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만 찾고 있다.


고생을 할 것 라면 차라리 지금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크다.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자신을 최적화시킨다. 도전이 비집고 들어올 수 없도록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오늘은 무엇을 하느라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가 따라온다.


결혼을 했다면, 특히 아이를 키운다면 핑곗거리가 많아서 좋다. 애들과 놀아준다고, 와이프와 시간을 함께 한다고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지 못한 것으로 합리화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와 놀았다고 하는 시간은 TV나 영상을 같이 본 시간이고 와이프와 함께 하는 시간은 각자 휴대폰을 보면서 보낸 시간일 뿐이다. 마음속에는 새로운 것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두려움에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진다. 새로운 것도 하고 싶다. 지금 일상을 망가뜨리지 않는 한은...


마흔부터 자아는 회사의 바카라임 지우기와 성과 압박, 퇴사 압력, 이룬 것 없는 지난날, 무너져가는 건강과 같은 이유로 서서히 변화해야 함을 느낀다. 그러다 2026년 기준 한국인 평균나이인 만 46살이 되면 그간 심리적으로 막아주던 평균보다 어린 세계에서, 늙은 세계로 자동 이동이 되어있다.


아들내미하나 키우는 내 친구는 다섯 달마다 아들을 데리고 ADHD약 받으러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니고, 나는 대소변 가리기가 늦은 둘째와 발달검사를 다닌다. 멀리서 보면 모두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모두가 비극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


점점 빠지는 체력과 노후를 위한 대비로 조깅을 시작하면서 부쩍 나이 들어 보이는 내 얼굴과 마주하면 마음은 청년인데 모습은 노년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희어지는 머리카락, 밤 운전이 무서워지는 빛의 산란, 찌푸려야 겨우 보이는 멀리의 간판, 피부는 거뭇거뭇해지고 조금만 무리해도 하루이틀을 쉬어야 하는 체력은 그 생각에 힘을 싣는다.


어느 날은 자꾸 쳐지는 마음이 들어서 친구와 대화하면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 때에 대해 물었다. 친구는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늘 상사에게 혼나고 집에 와도 아무도 없고 인터넷도 단절되어 위로받을 것도 없던 그 시절을 얘기했다. 나도 매일 이력서를 내고 간혹 면접도 보지만 취업은 안되던 서른 살 즈음이 떠올랐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나 하나 없어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돌이켜 보면 가장 힘들 때였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점점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우리는 유유자적하더라도 죽기 전까지는 목표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이의 많고 적음은 상관없다. 작은 목표라도 세우고 조금이라도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슬롯와의 접점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세상이 알아줄 것이고 설마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삶이 된다.


마흔여섯의 나는 서른한 살의 내가 보았을 때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오른 유가 때문에 힘든 하위소득 70%의 국민들을 지원해 주기 위한 현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원 대상에서도 빠져있을 정도는 부(富)하다. 부모님도 건강히 살아계시고 아이들도 잘 크고 있다. 조깅과 글쓰기 같은 취미활동도 할 시간이 있다. 이렇게 많이 가진 사람이 덜 가진 것에 대해 아쉬워한다.


늙은 독수리는 뭉툭해진 발톱을 뽑고 날카로운 새발톱을 준비한다.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단정하게 옷을 입고 절제된 행동을 하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몇몇 분이 계시다. 이들은 나이를 얘기하지 않는다. 늘 새발톱을 갈고닦는다. 이들을 떠올리며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앉아있는 자세부터 바로 세워본다.


인생 하반기는 상반기의 연륜을 통해 더 즐겁고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면서 비수와 같은 말은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나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되면 더 좋겠다.


다음 주에는 피부과를 한번 가볼 것이다. 자꾸 미루고 있는 건강검진도 받으러 갈 것이고, 찬물을 마시면 시려오는 오른쪽 아래 어금니도 치료하러 갈 것이다. 선크림도 잘 바르고 다니고 염색약도 살 것이다. 어지러운 바카라상을 정리하고 그동안 모아만 둔 바카라 쓸 소재들을 분류해 볼 것이다. 눈이 더 나빠지면 안경도 맞출 것이다. 달리기 기록을 조금 더 올려볼 것이고 수영도 다시 시작할 것이다.


목표를 세워두면 못하는 이유는 모두 핑계가 된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총무직의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