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코 상과의 두 번째 저녁식사

일본의 메이와쿠(迷惑, めいわく) 문화

by공학자C

2026년 5월 4일 월요일, 오전 맑음 / 오후 소나기

아침에 일어나 골든위크 한 주간 해야 하는 어학교 숙제를 하고, 지난 수업에서 숙지하지 못한 내용들을 복습했다. 언어는 대부분 암기의 영역이다. 나와 같이 맥락을 이해하고 그 전체를 내 것으로 만드는 학습자에게 언어 학습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다른 유형의 사람들에게 쉽다는 뜻은 아니며, 나에게 유독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의미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소나기가 내렸다. 다행히 약속 장소로 출발해야 하는 5시 40분 이전에 소나기가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하늘은 구름에 가려져 찌푸린 상태였다. 대기 중 수분 포화도가 높은 적란운과 층운이 국지적으로 가득해, 작은 대기 변화만으로도 다시 비가 쏟아질 듯한 날씨였다. 그래서 우산을 챙겨 나갔다.

오늘 식당도 나름 맛있고 정갈한 곳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외국인용 영어 표기 주문판을 달라고 하자, 일본 현지인용 주문판과 구성이 달랐다는 것이다. 오늘의 코스요리(오마카세)가 고급과 기본으로 나뉘어 추가되어 있었다. 이것이 궁금해 치타코 상에게 물어봐 달라고 했다. 식당 점원은 특별한 언급 없이 현지인도 함께 주문이 가능한 메뉴라고 했다.


나는 순간 이것이 외국인 대상의 이중 가격 적용, 즉 일종의 차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지인도 주문할 수 있다는 말에 생각을 돌렸다. 실제 음식을 먹어보니 구성과 양을 고려했을 때 소위 ‘외국인 바가지’ 가격은 아니었다.


식사 후 집으로 돌아오며 찾아보니, 외국인이 메뉴를 고를 때 겪는 어려움을 고려해 편의상 코스요리를 외국인용 주문판에만 표기하는 식당들이 있다고 한다. 식당 입장에서는 단가를 맞추며 실리를 챙기고, 외국인 입장에서는 기분 좋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인 셈이다.


최종 결제 금액은 15,612엔으로 기본 코스요리와 함께 음료, 디저트를 주문한 가격이었다. 내가 오해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치타코 상은 늘 일에 치여 사는 듯하다. 이제 개인적으로 두 차례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피곤해 보이고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손도 많이 터 있었다.


나보다 4살 연상인 누나인데, 왠지 내가 챙겨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자녀에 대한 확고한 의지만 없다면 이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한국으로 데려가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러나 이 또한 나의 오지랖일 수 있다.


내년 8월에 연금상담사 시험을 본다고 했다. 어떤 직무인지 들어보니 한국의 노무사와 연금관리공단 심사관 그 어디쯤에 있는 전문자격 시험인 듯하다. 이전에도 몇 차례 응시했다가 낙방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더 열심히 공부하여 내년 시험을 준비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마음으로나마 응원한다.

오늘은 내게 일본어 향상을 위해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일본인 현지 친구를 많이 사귀라고 조언해 주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어학교에는 국적과 언어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만 모여 있어 친해져도 일본어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디에서 일본인 친구를 만나고 사귀어야 할지 나 스스로 고민이 필요하다.


치타코 상이 너무 피곤해 보여 식사를 마치고 바로 이동하기로 했다. 식사비는 한국 돈으로 15만 원 수준이었는데, 나는 한국에는 좋은 일이 있을 때 식사를 대접하는 문화가 있다고 둘러대며 결제했다. 치타코 상은 한국 울산에서 7년 동안 생활한 경험이 있었다. 그녀는 “그런 거 못 들어봤는데요. 그런 거 없어요.”라며 결제를 말렸지만, 나는 자리에서 신속히 일어나 바로 계산했다. 대신 소화도 시킬 겸 차 한잔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근처의 디저트와 차를 파는 곳에 들어가 서로 차 한잔씩을 주문했다. 분위기가 참 좋은 곳이었는데, 치타코 상이 피로로 인해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어했다. 그래서 차를 서둘러 마시고 집으로 향했다. 2층에서 치타코 상이 결제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에서는 케이크를 팔고 있었는데, 치타코 상이 “여기 케이크는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드시라며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구입했다.


가격은 3,410엔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말을 기억하여 포장된 케이크를 건넸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저는 케이크 못 먹어요. 너무 배가 불러서 이거 주시면 버릴 수밖에 없어요.”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교토의 문화일 수 있으니 마음을 다잡고 다시 말했다. “부모님도 집에 계시잖아요. 부모님께라도 드리세요.” 그러자 치타코 상은 “부모님 집에 안 계세요. 정말 이거 가져가면 버려야 해요.”라고 답했다. 나는 더 이상 권하지 않고 내가 들고 왔다.


주는 사람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의 마음도 중요하다.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내 마음만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게다가 치타코 상은 부담을 느껴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거절을 한 것으로 보였다.

일본에는 신세를 지면 마음의 빚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2주 조금 지나 다시 만난 자리에서 두 번 연속 내가 식사비를 지불해 미안함과 부담을 느쳤을 것이다. 오늘도 그러한 맥락을 직접 체험한 셈이다.


지난번 저녁식사와 비교가 된다. 오늘은 그때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진다. 소위 헛돈을 쓰고 온 느낌이다. 나도 유학생이다. 나의 행복을 위한 소비는 무리한 수준이 아니라면 기꺼이 한다. 그럼에도 철저한 소비 통제와 예산 범위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는 기대했던 만족감이나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는 저녁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타인의 문화를 존중하고, 나아가 낯선 환경 속에서 관계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타인을 배려할 때 나의 기준만을 앞세우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더욱 헤아리는 성숙한 계기로 삼고자 한다.


20260504_223223.jpg[사진 무단 사용 금지: 어쩔 수 없이 혼자 다 먹은 케이크, 그래도 참 맛 있었다]